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에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목표치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설정된 수치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21일 공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온실가스 감축 분야)’ 감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한국이 2015년에 국제사회에 공표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가 검토하고 있던 계획은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6.3%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발표에 따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온실가스센터)는 감축 목표치를 이보다 크게 상향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했다.

온실가스센터가 목표치 상향안을 만드는 방식은 주먹구구식이었다. 환경부는 한국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 그래프에서 2018년 7억2760만t과 2050년 0t(탄소중립)을 잇는 직선을 그어, 이 선이 2030년에는 4억5480만t을 지난다는 이유로 2030년까지 배출량을 4억5480만t으로, 2018년 대비 37.5%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온실가스센터는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산업·건설·교통·농축수산 등 경제 각 분야에서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임의로 정했다. 예를 들어, 당초 계획에선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11% 감축하기로 돼 있었지만, 온실가스센터는 전체 목표치가 상향됐다는 이유로 이를 13%로 높여 잡았다. 2%포인트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온실가스센터는 애초에 이런 검토를 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이런 목표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목표치에 끼워맞춰 각 분야별 감축 계획을 만들었다. 산업부는 화력 발전(發電) 비율을 낮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는 것이 2030년까지는 아무리 해도 26.4%까지가 한계라고 판단했으나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30.2%로 설정했다. 산업 분야 감축은 8.5%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으나 11.9%, 12.9%로 계속 높아졌다.

이렇게 숫자놀음을 통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37.5% 감축한다는 계획안이 만들어졌지만, 2021년 9월 문 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는 전체 감축 목표가 별다른 근거 없이 40%로 한 번 더 상향됐다. 그러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마련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40% 감축’을 공표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이 목표치가 달성 가능한지 점검해 보니, 전체 배출량 감축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 부문에서만 목표량의 절반 이상(56.2%)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기술을 당장 적용한다거나, 감축에 필요한 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데도 그런 원료를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등의 비현실적인 계획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입한 파리 협정에 따라, 한번 높여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낮출 수 없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받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은 2030년 이후 정부와 국민들이 져야 한다. 무리하게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국민들의 몫이다. 예를 들어, 신재생 발전 비율을 높이고 원자력·화력 발전 비중은 동결하거나 낮추려면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그만큼 더 내야 한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제품 생산비를 올린다. 건설업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추가 규제를 받게 되면 공사비가 늘어난다. 감사원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목표를 수립해 국제사회에 보고할 경우, 국내적으로 무리한 감축 이행에 따른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이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