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부산·경남(PK) ‘낙동강 벨트’ 탈환과 서울 한강 벨트의 일부 선전으로 개헌 저지선(101석) 붕괴를 막았다. 이 지역들은 총선 기간 내내 열세였던 여론조사와는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 여당의 ‘보수 결집 호소’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총 34석이 걸린 부산·경남에서 30석(부산 17석, 경남 13석)을 얻었다. 특히 부산은 전체 18석 중 17석을 여당에 몰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은 4석(부산 1석, 경남 3석)에 그쳤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28석, 민주당이 6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이 이겼던 낙동강 벨트를 이번엔 여당이 탈환하면서 PK 전체 판세가 흔들렸다. 민주당은 4년 전 낙동강 벨트에서 경남 김해와 양산 등에서 5석을 얻어 4석에 그친 여당을 앞질렀지만, 이번엔 김해 등만 사수해 3석으로 줄어들어 7석을 얻은 여당에 크게 밀렸다.

그래픽=김하경

전직 경남도지사 간 대결로 주목받은 경남 양산을에선 당의 요청을 받고 지역구를 옮긴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현직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2085표 차(2.11%p)로 꺾었다. 부산 사하갑에 단수 공천을 받은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현직 최인호 민주당 의원을 693표 차(0.79%p)로 제쳤다. 부산 북을에서는 박성훈 후보가, 사상에서는 김대식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득표율 5% 이상 차이를 벌리며 당선됐다. 조경태(부산 사하을)·윤영석(경남 양산갑)·김도읍(부산 강서) 의원 등도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이 5선 중진이자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을 누른 것에 만족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에서도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3선 조해진 의원을,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이 박성호 전 경상남도 행정부지사를 각각 제치며 지역구를 수성했다.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심 ‘PK 반타작’까지 기대했던 민주당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왔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부산 5석과 경남 3석을 얻어 PK의 거점을 마련했고,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총 6석(부산 3석, 경남 3석)을 얻으며 비교적 선방했는데 이번엔 총 4석으로 쪼그라들어 노 전 대통령 이전의 영·호남 지역 대립 구도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거주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란 점퍼를 입고 나와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야당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줘야 한다”며 PK 지역 민주당 후보들을 공개 지원했는데도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나면서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의 지원 활동이 PK 지역 ‘샤이 보수층’ 결집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전 대통령이 공개 지원 유세에 나선 이재영(경남 양산갑), 배재정(부산 사상), 박인영(부산 금정), 변성완(부산 강서), 변광용(경남 거제), 오상택(울산 중), 전은수(울산 남갑) 등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도 갑·을 지역 모두 국민의힘이 이겼다.

또한 국민의힘은 서울 한강벨트에 속하는 서울 마포갑(조정훈)과 동작을(나경원)에서 의석수를 늘렸다. 지난 총선에선 한강변 지역 중 용산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승리했던 것을 감안하면 영역을 넓힌 것이다. 여기에 이번엔 도봉갑(김재섭)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한강벨트는 선거 때마다 여야가 사수와 탈환을 반복한 곳으로, 이곳에서 이기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겼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시장이 한강벨트에서 높은 지지율로 완승하며 시장직에 올랐고, 지난 대선에선 강서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앞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려운 선거였지만, 한강벨트의 표 차는 지난 총선보다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국민이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희망은 남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