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김태호, 조정훈 당선인./뉴시스·뉴스1·연합뉴스

4·10 총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여당이 개헌 저지선(101석)까지 무너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밤새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생환한 인물들로 108석을 건질 수 있었다. 특히 나경원, 윤상현, 김태호, 조정훈 당선자는 출구조사에선 상대 후보에게 밀렸지만, 실제 개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해 생환했다.

나경원 당선자는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 류삼영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4년 만에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소속 여성 의원 중 최다선(5선)이 됐다. 동작을은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상 서울의 최대 격전지로 꼽혀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작구만 8번 지원 유세를 왔을 정도로, 민주당은 이 지역에 가용 자원을 총투입하다시피 했다. 선거 도중 나 당선자를 ‘냄비’에 비유하는 야권의 선거 포스터가 나와 성 비하 논란이 터졌고, 이재명 대표는 일본어로 냄비를 뜻하는 ‘나베’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나 당선자가 4.6%포인트 차이로 뒤처진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나 당선자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11일 자정이 넘어서면서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나 당선자는 이날 “출구조사 보고 다들 어디 갔다 왔다 그러는데 용궁 갔다 왔다”며 “선거 과정이 저희에겐 거칠었다”고 했다.

윤상현 당선자(인천 동구미추홀을) 역시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남영희 후보에게 밀렸지만 5선에 성공하며 인천 지역 최다선 의원이 됐다. 이 지역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두 후보가 맞붙어 전국 최소 득표차인 171표로 윤 당선자가 이겼고 이번 ‘리턴 매치’에서도 승리했다. 상대 후보가 일부 투표함 재확인을 요구하면서 최종 개표가 지연됐지만 재확인을 거쳐 12일 오전 8시 10분쯤 승리가 확정됐다.

윤 당선자는 “훌륭한 당의 후보들이 정권 심판론 때문에 다 함몰돼 결국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며 “따가운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겸손함을 잃어버려서라고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나라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당선자(경남 양산을)는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수락해 3선을 했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 지역구에서 보수의 불모지에 도전해 생환하며 4선에 성공했다. 경남 양산을은 2016년 지역구 신설 이후 보수 정당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곳이다. 김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힘든 승부였지만, 위대한 양산 시민과 함께해 외롭지 않았다”며 “무한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심은 추상(秋霜)같았다”며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김 당선자는 2011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당의 요청에 따라 김해을 지역구에 출마해 승리했다.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곳으로 친노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당시에도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나 홀로 유세 등으로 당선됐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재선을 했다.

조정훈(서울 마포갑) 당선자는 599표 차이로 경찰 총경 출신 민주당 이지은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조 당선자는 지난해 9월 국민의힘 ‘1호 인재 영입’으로 당적을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줄곧 밀렸지만 10%포인트 가까이 열세였던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조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이렇게 근소한 차로 이긴 것은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명령”이라며 “일당백으로 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