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세종시장 선거에서 KTX 역 설치 문제가 초반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KTX 세종역 신설이 어렵다’고 결정해 잠시 가라앉았던 이 문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주요 쟁점으로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춘희 현 세종시장은 “KTX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인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당장 역 신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선 기존 조치원역에 KTX를 정차시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3선 연임에 도전하는 이춘희 후보와 최민호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짜였다. 두 후보는 세종시 건설을 책임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 출신이라는 공통 이력을 지녔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최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각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을 지냈다. 둘 다 ‘자신이 세종시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민을 위한 KTX 역 설치 방법론을 두고는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5일 세종시에 따르면, KTX 세종역 신설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4년 ‘2030 세종시 도시기본계획’에 담기면서다. 행정 수도로 건설되는 세종시에 KTX 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KTX 세종역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KTX 세종역 후보지인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는 KTX 역인 충북 오송역과 충남 공주역의 중간 지점이고, 두 역에서 각각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대해 충북에선 “세종역이 신설되면 고속철이 완행철이 된다”고 반발하는 등 충청권 지자체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이후 KTX 세종역 신설 논의는 정부가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해 제동이 걸렸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KTX 세종역 신설 관련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59로 나왔다. B/C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투자비만큼 이익을 내지 못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이에 ‘역 신설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후 세종시가 아주대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20년 7월 발표한 타당성 용역 결과, B/C가 0.86으로 전보다 높았지만 여전히 1을 넘지 못했다. 세종시는 역 신설 비용을 1425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KTX 세종역 신설을 다시 꺼내 포문을 열었다.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된 충청권광역철도망(대전~세종~충북 청주공항)이 호남고속선과 교차하는 발산리에 KTX 세종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충청권광역철도가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는 등 KTX 역 설치를 뒷받침할 여건 변화가 있다”며 “역 신설 요구 여론도 높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정부가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불가’ 판정한 KTX 역 신설을 당장 추진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조치원역에 KTX를 정차시켜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도록 우선 추진하고, 여건 개선에 맞춰 KTX 역 신설을 추진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최 후보는 “현재 KTX가 평일 8회, 주말 10~12회씩 조치원역을 무정차로 지나는데 30억원 정도 들여 역 플랫폼을 정비하면 KTX를 정차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치원역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는 약 14km다.

두 후보는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에 대해선 “앞장서 이끌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이 후보는 세종지방법원 설치를, 최 후보는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종시는 2014년부터 이춘희 시장이 연임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91%를 득표해 윤석열 당선인(44.14%)을 앞섰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다소 우세한 지역이긴 하지만 정권 교체가 된 상황이어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며 “전체 인구의 70%가 넘는 신도심 유권자 표심을 누가 더 얻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