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공보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오른쪽). /SBS 유튜브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 단일화에 대해 “야밤에 합쳤기 때문에 야합”이라며 “국민들께 이면 계약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 단일화를 비판하며 단일화에 합의한 ‘시간’을 문제삼은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 여권에서 이재명 후보를 홍보하고 야당 후보를 비판하려다 무리한 주장·비유 같은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나온다.


◇ 전재수 “李-金 단일화는 야밤에 한 것 아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이동해 기자

전 의원은 지난 3일 SBS뉴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해가 불가능하다. 정치를 왜 이런식으로 하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발언은 “민주당이 이재명-김동연 간 단일화는 ‘국민통합정부’라 주장하면서 야권 단일화는 담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문제 제기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전 부총리 간 합의에는 이면 계약서도 없었고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에 의해 합의한 것”이라며 “야밤에 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안철수 대표가 지난 2일 TV토론 직후 강남에서 심야 회동을 가진 뒤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두 사람의 ‘회동 시간’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됐다.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사퇴 후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을 두고도 “늦어서가 아니라 말을 자주 바꿔서 죄송하다, 거짓말을 해서 죄송하다 이렇게 말하는게 정확하다”며 “굉장히 옹졸하고 옹색하다. 이면 계약서를 반드시 국민들께 공개하고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에 동반 출연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공보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하도 기가막혀서 뭐라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내내 웃음을 보였다.


◇ 선거 막판 설화·무리수 잇따르는 與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강원 춘천시 브라운5번가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광재 의원(왼쪽), 윤호중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여당에서 선거 막판 이 후보 지지를 독려하고 윤 후보를 비판하다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정성호 의원 등 선대위 지도부와 이 후보 측근 중진의 경고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 뒤 여당 인사들이 이를 비판하려다 비상식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안철수 대표가) 너무도 싫은 사람이지만 돈보고 결혼한 것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화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기획된 ‘협박 정치’의 결과일 수도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밖에 민주당 선대위에서 활동 중인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비판하며 “수술할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암수술하는 데에 치과의사를 부르지는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대한민국을 ‘암환자’에 비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초선인 유정주 의원(비례)은 “사랑하는 가족을 배에 태워 험난한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이재명, 윤석열 항해사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우리는 무사히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 썼다. 이후 유 의원은 ‘우리는 무사히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구절을 삭제했다.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는 회의 때마다 의원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막판 ‘말실수’가 화근이 돼 결과가 뒤집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선대위 수행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경기 고양시병)이 4일 ‘윤석열 후보가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건희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점이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말한 친여(親與) 성향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당직 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선때까지 묵언을 지키라”고 공개 경고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