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한·미와 동맹·우방국 중심의 새로운 기구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러시아의 거부로 30일 활동이 중단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의 임무를 대체하려는 취지다.

방한 중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7일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일본과 보조를 맞춰 유엔 안과 밖의 옵션들을 다 논의했다”며 “초점은 전문가 패널이 해온 일이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서도 “전문가 패널이 해온 중요한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한·일, 유사한 생각을 가진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5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나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우방국과 함께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의거해 설치된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제재 위반·회피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매년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안보리는 매년 이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의를 채택해 왔으나 지난달 28일 표결에서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이 기권표를 던져 임기 연장 결의가 부결됐다. 이 때문에 한·미와 서방국가들이 협력해 북한의 제재 위반과 회피 사례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대안으로는 미국과 동맹·우방국 중심의 독립 기구 설립이나 러시아·중국이 거부권(비토)을 행사할 수 없는 유엔총회 결의를 통한 새 패널 구성 등이 거론된다.

유엔 외부에 모니터링을 위한 독립 패널을 설치하면 중·러 등이 ‘유엔 차원의 결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유엔총회 결의는 유엔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대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며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며 “(중·러의) 어떤 협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새 (모니터링) 방안을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