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 용사 콜린 태커리(왼쪽)씨와 패트릭 핀씨가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는 국적이 다른 22개 유엔군 참전 용사들이 모였지만, 음악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참전 용사와 유엔 합창단이 함께 부른 ‘어메이징 아리랑’이었다. 무대 영상에선 각국 참전 용사들이 6‧25전쟁 때 불렀던 아리랑을 추억하며 한 소절씩 부르는 모습이 나왔다. 이후 미군으로 참전한 패트릭 핀씨와 영국의 콜린 태커리씨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왔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최고령 우승한 태커리씨는 “자유롭고 놀라운 성장을 한 대한민국의 모습은 70년 전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며 핀씨와 함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선창했다.

이어 가수 라포엠, 유엔 평화소년소녀 합창단 등으로 구성된 연합합창단 100명이 무대에 올라와 국방부 군악대대와 미8군 밴드의 연주에 맞춰 미국의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관중석의 참전 용사들도 어느덧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연주는 다시 아리랑으로 이어졌고, 한국어와 영어가 연결된 ‘어메이징 아리랑’ 무대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리랑은 전장에서뿐 아니라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 조인식을 마치고 귀환하던 유엔대표단이 사열할 때도 연주된 곡이다. 어린이 합창단원은 영어로 힘차게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에 앞서 기념식이 시작될 때는 라온 소년소녀 합창단이 ‘오빠 생각’을 불렀다. 이 노래는 6·25전쟁 중인 1951년 구성된 ‘해군 어린이 음악대’가 유엔군과 야전 병원 환자들을 위문하며 불렀던 곡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라는 가사가 울려 퍼지자, 7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몇몇 노병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무대 영상에선 낯선 한국 땅에 와서 전투에 참여한 스무 살 무렵의 참전 용사들의 젊은 시절 사진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