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중국의 신장 자치구 인권 유린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ICIJ

외교부가 중국 신장 자치구 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유엔 성명에 불참한다고 1일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유엔 총회의 중국 신장 인권 관련 공동 성명에 대해 (한국은) 여러 가지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신장 인권 논의를 위한 토론회 개최에 찬성했던 것과 달리 180도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 인권 등 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중국 압박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도적 문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31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우리는 중국의 인권 상황, 특히 신장 위구르족과 기타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지속적 인권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유엔 성명에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자유·민주 진영의 50국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러시아, 북한, 쿠바 등 66국은 ‘내정 불간섭’을 이유로 이번 성명을 비판했다. 한국은 지난달 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의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토론회를 여는 결정안 표결에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정작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유엔 성명에는 불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중국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우리 정부의 토론회 개최 표결 찬성을 놓고 “유감”을 표시하는 등 중국 측 압박을 고려한 결정이란 얘기가 나온다.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중국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 ‘신장 인권 문제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 때처럼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 때문에 정부가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도 중국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