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전문 연구소 니어재단이 23일 개최한 ‘중국 시진핑 주석 3기 시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재우 경희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이덕훈 기자

23일 열린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부 장관) 세미나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날 출범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3기 최고 지도부와 관련, “시진핑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됐고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부재해 외교적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3연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만 통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미국과 중국 모두 향후 5~10년을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는 만큼 “미·중 전략 경쟁은 격화될 것이고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 “시진핑, 푸틴처럼 오판 가능성 커져”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권을 장악하고 친위부대를 포진시켰는데 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이라며 “최고 지도자가 내리는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무리하게 결정한 것처럼 시 주석도 외교 문제에 있어 위험한 오판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시 주석 3기 외교 정책을 총괄할 왕이(王毅) 외교부장, 차기 외교부장인 친강(秦剛) 주미 대사 모두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주도해온 강성 인물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면면을 보고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시 주석 측근인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가 코로나 대응 실패에도 서열 2위 총리로 수직 상승하고,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지도부 진입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후계 구도도 보이지 않고, 파벌 간 완충 역할을 하던 원로 정치도 사라졌다”며 “사실상의 시진핑 1인 지배 체제가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 “미·중 관계 더 악화, 대만 놓고 치킨 게임 돌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미국이 최근 발표한 국가전략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을 ‘결정적 시기’라고 이름 붙였는데, 중국은 이 기간을 ‘관건적 시기’라 표현했다”며 “두 나라 간 체제·이념 경쟁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미·중 관계가 향후 5년간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며 “충분한 소통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오해하고 과잉 대응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대만 문제가 미·중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대만 통일로 중국몽(中國夢)을 이루겠다는 시 주석 의지가 분명하고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안보 공약이 맞물리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며 “중국은 한편으로 대만을 압박해 평화적 통일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되 다른 한편으로는 무력 통일 능력의 확보를 준비해 갈 것”이라고 했다. 양 연구위원은 “시진핑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쑨원, 마오쩌둥, 덩샤오핑 중 덩은 넘고 싶어하는데 그럴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물은 ‘대만 통일’ 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이 북핵 해결에 나설 것이란 기대 낮춰야”

동북아 전문 연구소 니어재단이 23일 개최한 ‘중국 시진핑 주석 3기 시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재우 경희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이덕훈 기자

한중 관계에 대해선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한중 간 마찰로 전환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화 질서 복원이 시진핑 정권 유지의 동력이라면 미래 한중 관계에서는 충돌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은 이런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어 대립적 관계가 더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전 장관은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대미 외교의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주재우 교수도 “북·중 관계는 결국 돈독해지고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우리를 회유, 압박하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 보복 같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절대로 방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북아 전문 연구소 니어재단이 23일 개최한 ‘중국 시진핑 주석 3기 시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재우 경희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이덕훈 기자

윤 전 장관은 “미·중 충돌이 우리에게 굉장히 힘든 결정을 강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이 우리의 선의를 알아줄 것이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서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 전략적 사고, 외교 인프라 강화 같은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중국이 취한 외교를 언급하며 “우리가 열심히 중국에게 해주면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줄 것이란 환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우리가 나름대로 포기할 수 없는 원칙, 방향성을 중국에게 밝히고 그 원칙에 따라 외교도 하고 국내 정치도 해야한다. 중국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덕구 이사장은 “우리가 반도체 외에도 원천·틈새·핵심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고, 중국에 필수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시 주석 3기의 중국과 소통 창구를 갖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새 지도부와 어떻게 대화 채널을 오픈하고 잘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드 사태 때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이 확인된만큼, 대통령실 등이 시 주석 또는 측근그룹과 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