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센터 시세 화면에 나타난 비트코인 가격.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 /뉴시스

북한 해킹그룹의 전자지갑에서 4년 동안 5246만 달러(약 749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업권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국내 거래소가 대북 제재 등을 회피할 북한 해킹조직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경남 창원시·마산 회원구)은 12일 가상자산 거래 분석 포렌식 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기초 조사를 의뢰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본지에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상자산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유로폴 등과 협업하고 있으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이 2016년부터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북한 해킹그룹 전자지갑 내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에 유입돼 구체적인 액수까지 파악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18년부터 4년간 약 749억원의 유입이 확인됐는데, 윤 의원실은 “기초조사라는 점에서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4월 군 간부가 비트코인을 대가로 하는 군사기밀 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교가와 보안업계에서는 북한 정찰총국의 지시를 받는 해킹조직들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를 규제할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의심거래 보고 분석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과 관세청은 외환 관련 업무만 수행한다. 금감원의 경우 불법외환거래 관련 가상자산을 추적할 인력이 부족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도 없다고 윤 의원실은 밝혔다. 또 검경의 경우 범죄 혐의점이 포착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뉴스1

이런 가운데 윤한홍 의원은 11일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가상화폐 대북사업 연루 의혹 관련 “불법이라 의심되는 외환 송금이 약 17조원 나왔고, 미국 업체 자료를 받아보니 북한 해킹그룹 전자지갑에서 약 749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유입됐다”고 했다. 이어 “보도를 보면 태국에서 대북 코인을 발행해 북한으로 흘러가기 위해 우회 송금의 방법으로 줬다는 이야기”라며 이런 상황에 대한 규명 조사를 금감원에 촉구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동안 불법외화 송금, 가상자산 관련 자금 흐름을 일체 조사 자체 없이 방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