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식 정상회담을 했다.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지만,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일본은 회담이 아닌 ‘간담(懇談)’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간담은 비공식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12시 23분 뉴욕 유엔총회장 인근 빌딩에서 약 30분간 회담을 하고, 징용 배상 문제로 불거진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도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과 함께 “한일이 서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로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중요성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발표문에서 언급한 ‘현안’은 “강제 징용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양국 모두 ‘징용 피해자’란 표현을 발표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인 만큼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일단 ‘현안’이란 원론적 표현을 썼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또 두 정상이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협력하기로 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자는 데도 의견을 함께했다”고 했다.

이날 만남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회의가 열리는 빌딩을 찾는 형태로 이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회담의 호스트 국가는 일본”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고 했다. 다만 형식을 두고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會談)’,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이라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측은 징용공 문제와 관련, 한국 측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정식 회담을 개최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다만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약식 회담과 간담이) 의미하는 게 서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