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와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은 21일 일본 정부가 이달 말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주말 일본 정부가 제안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의 4자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을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내달 10일 실시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21일 도쿄 소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9개당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 여부가 주목받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며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2022.6.21/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는 2017년 9월 유엔총회 기간 열린 것이 마지막이다. 3국 정상회의가 4년 9개월 만에 성사될 경우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3국 안보 공조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3자 정상회의와 한·일·호·뉴 4자 정상회의는 모두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엔 미온적인 기시다 내각이 한국을 포함하는 다자 정상회의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외교 소식통은 “다자 정상회의는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민감한 한·일 과거사 문제는 비켜갈 수 있는 묘수”라고 했다. 3자·4자 정상회의가 대(對)중국 견제·압박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일은 나토 비회원국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특별 초청을 받아 마드리드 현지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조우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정식 양자회담 가능성은 작지만 ‘풀 어사이드’(pull aside)로 불리는 약식 회동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