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이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갖고 북한의 7차 핵실험 동향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 양국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019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2.6.10/뉴스1

양 장관은 회담 시작 전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회담은 40분으로 예정됐지만, 두 장관은 이를 넘긴 75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중이 공조해 북한이 핵 보유 이익보다 핵 포기 시 얻을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웨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 유지와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고 언급하며 양국이 이를 위해 협조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중국 측은 이날 회담에서 현 정부가 ‘기지 정상화’ 의지를 밝힌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와 관련해서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해할 만한 수준에서 중국 측의 우려 표명이 있었다”며 “이 장관은 북한 핵 위협 고도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취해야 하는 방어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고 했다.

이 장관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상호존중, 공동 이익의 원칙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웨이 부장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양측은 향후 한중 국방 장관의 상호방문과 차관급 국방전략대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국방 장관들과도 잇달아 양자 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2002년부터 열린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방장관 등이 매년 참가하는 다자 회의체다. 1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30여 국의 국방·안보 당국자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