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현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최근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해외 출장을 떠났다. 각 부처들은 “코로나로 인해 연기됐던 해외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것” “총리실을 통해 사전 승인을 받은 해외 일정”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문 주목적인 실무 약정 체결이나 양국 협력 관계 강화 등은 ‘대면(對面)’이 필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임기 말 무리한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하고, 각 부처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는 등 인수인계 작업이 산적한 가운데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29일 6·25 참전부대인 태국 방콕 21연대를 방문해 연대장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국가보훈처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태국과 터키, 남아공 3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보훈처가 밝힌 이번 해외 순방 명분은 각국의 6·25전쟁 참전 용사 추모와 국제 보훈 사업 논의다. 보훈처는 실제 순방 전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황 처장이 태국과 터키에 있는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헌화·추모하고, 태국 보훈청장과 터키 가족사회부 장관 등을 만나 6·25전쟁 정전 70주년 사업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접 국가들도 아닌 3개 대륙에 흩어진 국가를 7박 9일간 한꺼번에 방문하는 일정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보훈처 측은 “해외 코로나 확산으로 잠정 연기됐던 일정”이라며 “해외의 코로나 상황이 다소 완화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총리실을 통해 수행 인원과 일정, 예산 등을 심사받아 추진됐다”고 해명했다. 해외 참전 용사 위문 사업을 포함한 장병 위문 사업은 국가보훈처의 연례 사업이기에 ‘외유성’으로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타우피크 샤르페딘 튀니지 내무장관과 기념촬영 하는 전해철 행안부 장관./행안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방문했다. 행안부는 방문 취지에 대해 “행정 한류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확산 거점 확보, 튀니지와의 디지털 정부 협력 관계 발전”이라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다음 달 말 네덜란드와 프랑스, 이탈리아 순방을 계획 중이다. 경찰청은 유로폴 본부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방문해 국제 공조 강화를 위한 실무 약정을 맺는 일정이라고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에서조차 “이미 지난해 12월 유로폴과 경찰청이 실무 약정서 원본을 교환해 실질적으로 체결이 진행됐기에 반드시 필요한 방문이라 보긴 어렵다”며 “김 청장이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순방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방문하려던 계획이 오미크론때문에 미뤄진 것”이라며 “다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일 뿐 급하게 없던 계획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 경찰청장은 28일 오전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중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고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도 한·영 국세청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영국과 불가리아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