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무장 독립 운동가였던 홍범도 장군./조선일보DB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독립 운동 업적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 제작한 책자에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활동까지 무비판적으로 서술하는 문구가 포함됐던 것으로 5일 나타났다.

국방부 산하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가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에게 제출한 ‘독립전쟁과 홍범도’ 자료를 보면, 홍 장군이 1922년 1월 모스크바와 페트로그라드에서 열린 국제공산당 행사에 참석한 일화가 소개된다.

국방부는 책자에서 “당시 54세의 홍범도는 조선독립군 대장 명의로 레닌을 면담했으며 마우저 권총, 상금 100루블, 소련 적군(赤軍) 모자 그리고 레닌 친필 서명의 조선군 대장 증명서를 선물로 받았다”며 “홍범도는 ‘한국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레닌에게 요청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홍 장군이 레닌에게 요청했다는 ‘한국 해방’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선 해석하지 않았다.

홍범도 장군이 레닌에게 '한국 해방'을 요청했다는 대목./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국방부는 또 “홍범도가 항일 무장 투쟁하며 꿈꾼 조국의 독립은 실현되었다.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으나, 경계 없이 활약했던 장군의 의지와 기개는 한민족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며 “외세의 압제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한민족의 독립 전쟁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그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후세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방부가 현 대한민국 체제의 정통성보다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한 셈이다.

해당 자료는 지난해 9월 105쪽짜리 ‘독립전쟁과 홍범도’ 책자로 제작, 1400부가 전군(全軍)에 배포됐다. 육·해·공군 본부는 물론이고 장교 인력을 양성하는 사관학교와 교육기관을 비롯, 일선 야전부대에 모두 뿌려졌다.

조명희 의원은 “일반 학술 단체에서 이런 책자를 발간했다면 학문·사상의 자유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도 “홍 장군 독립 운동 공적은 높이 평가하되, 소련 활동에 대해선 객관적 관점을 취해야 할 국방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이런 식의 서술을 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