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D.P.'/넷플릭스

군대 내 폭력·가혹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인기에 군이 난감해하고 있다. 최근 성추행, 부실 급식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로 인해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6일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드라마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D.P. 속 군대 폭력에 대해 “폭행, 가혹 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 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고 했다.

D.P.에서 묘사된 군대 내 폭력은 여야 대선 주자들까지 언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D.P.와 관련, “청년들을 절망시키는 야만의 역사부터 끝내는 것이 MZ세대 정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군 내 가혹 행위가 아직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D.P.가 군대 부조리 상황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는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D.P.의 배경은 2014년 강원도의 한 육군 헌병 부대다. 극 중에는 ▲수면 중인 후임병에게 방독면 씌우고 물고문하기 ▲못 박힌 벽 쪽으로 후임병을 밀어내며 상처 주기 ▲어려운 형편의 후임병 어머니 편지를 선임병이 소리 내 읽으며 ‘너희 집 거지냐’고 폭언하기 ▲야간 근무 중 후임병에게 자위 행위 강요하기 ▲야간에 후임병 단체로 집합시켜 구타하기 ▲후임병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라이터로 체모 태우기 등 가혹 행위가 등장한다.

군 관계자는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도 “10~15년 전 군기가 가장 문란한 부대들에서나 일어날 만한 가장 극단적 상황을 모은 것 아니냐”고 했다. 1990년대 육군 병사로 복무했다고 하는 한 40대 남성은 “우리 때도 저런 심한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하지만 당시 군대 상황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에는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 22사단에서 집단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무장 탈영한 병장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군 내 가혹 행위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공군 18비행단에선 지난 7월까지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폭언·욕설·성추행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1일엔 공군교육사령부 조교들이 지난해 후임병의 항문에 전기드릴을 갖다 댔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5년에 전역했다는 한 20대 남성은 “내 군 생활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2030 예비역 남성들 사이에서 “드라마 보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도질 지경이다”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