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선물한 호랑이 로스토프. 대통령기록관이 아닌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아 퇴임 후 양산 사저에서 키워온 풍산개를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월 250만원 개 관리비 예산 지원 근거 마련 등 관련 입법 작업에 진척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文측 “現정부 악의를 보면 어이 없어”

문 전 대통령 측은 7일 ‘풍산개 반환에 대한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입장’이란 제목의 문건을 배포했다. 입장문 첫 줄에서 비서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맡게된 이유에 대해 “(풍산개를 이관받아야 하는)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북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를 서울대공원에 이관한 바 있고, 호랑이·판다 등 다른 대통령 선물도 마찬가지로 동물원에 이관·관리됐다.

그럼에도 비서실은 풍산개 ‘위탁’과 관련,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 관저에서 반려견 풍산개 곰이를 쓰다듬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어 비서실은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라며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라고 했다.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정부 “정든 개 데려가라 배려했지, 언제 예산 받아 관리하랬나”

윤 정부 측 생각은 좀 다르다. 요약하면 ‘정든 개를 데려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 예산까지 받아가며 관리하라고 떠넘긴 게 아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3월하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거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올 3월23일 기자들과 만남에서 ‘해당 풍산개가 정상 간 선물이라 인계 대상’이라는 설명을 듣고 “근데 강아지는, 아무리 정상 간 선물이라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지, 주인이 바뀌면…. 일반 물건하곤 다르죠”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럼 문 대통령에게 주시는 거냐’는 질문에 웃으며 “아니 주는 게 아니라… 사저로 가져가셔도 되지 않나. 저한테 주신다면 제가 잘 키우고… 근데 글쎄 우리가 그래도 동물을 그렇게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정을 자기한테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기르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선물의 취지에 맞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북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가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돼 지내던 모습. /뉴스1

하지만 실제 문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현 대통령실은 이후 법령 개정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지적한 대목은 ‘관리비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이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날 ‘개 관리비 예산 지원’을 협약서에 적시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 측은 “애초 타 기관에 맡기면 그만인 풍산개를 문 전 대통령이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이 사람을 입양하는 것처럼 풍산개와의 관계를 가족처럼 여기는 선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게 아니라 정부 예산을 줘가면서까지 전직 대통령에게 관리를 맡기는 것이라면 동물원에 이관시켜 관리하는 게 맞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예산 지출에 대한 국민적 비난·논쟁 가능성’도 지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