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첫 주례 회동이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규제 혁신 추진 체계를 조속히 가동하고, 현장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오찬 주례 회동에서 “규제 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규제혁신전략회의 등 강력한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피규제자 입장에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 심판 제도의 도입과 과제 발굴·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규제혁신추진단을 운영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나도 경제계 간담회 등에서 피규제자 입장에서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게 총리가 잘 챙겨달라”고 했다. 이어 “최근 기업들이 발표한 투자 계획들이 신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방안을 총리가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주례 회동에 맞춰 국무조정실은 ‘신(新)산업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확정된 규제 개선 33건을 담았다. 에너지·신소재 분야 12건, 무인이동체 5건, 정보 통신 기술(ICT) 융합 5건, 바이오헬스케어 10건 등이다.

우선 까다로웠던 대학원의 정원 확대 조건이 첨단 산업 분야에 한해 대폭 완화된다. 지금까진 4대 교육 여건(교원·교사·학교 용지·수익용 기본 재산)을 모두 확보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었다. 이제부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분야(21개)에 한해 4대 여건 중 1개(교원)만 확보해도 정원을 확대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조치다.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후진적 규제에 막혀 있던 드론 택배도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현행법(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택배 사업 수단으로 이륜차와 화물차만 허용하고 있어 드론 택배 사업이 불법이다. 정부는 법을 고쳐 드론과 로봇도 생활물류 서비스 운송수단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드론의 야간 비행을 제약해 온 규제도 풀린다. 현행 ‘특별비행 안전기준’엔 구식 장비(적외선 카메라 등)만 적시돼 있어 최신 장비(스테레오 비전 카메라 등)만 갖춘 드론은 야간 비행을 하지 못한다. 정부는 빠르게 발전하는 드론 기술을 새 안전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 화물차 휴게소에 수소 충전소 설치가 허용되고, 진료비 과다 청구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큰 동물 병원의 진료 항목과 비용이 공개된다. 또 매년 정기 검사 대상인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의 경우 위험도가 낮은 사업장(5000여 곳)에 대해서는 검사 주기를 차등 연장한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경제 단체와 기업들로부터 애로 사항을 청취했고, 민간 전문가 120명으로 구성된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에서 19차례 회의를 열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앞으로 신산업 분야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를 최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