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전 박 장관의 인사에 답례하고 있다./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받지 않은 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청와대 신현수 민정수석은 이에 반발,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대통령이 사후에 인사안을 승인해 사실상 추인했다”며 “신 수석이 사의 입장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정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민정수석은 검찰 인사 등과 관련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다. 그런 민정수석에게 보고되지 않은 최종 인사안이 대통령 재가 없이 공개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또 민정수석이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감찰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동아일보는 “신 수석이 ‘앞으로 살면서 박 장관은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법조계 핵심 관계자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뉴시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당초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 하급자인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갈등을 빚었던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 비서관은 ‘조국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이 인사 주도권을 장악하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수석 사의 표명이 대통령 재가를 건너뛴 박 장관의 일방적 인사 발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 발표를 사후에 추인하는 모습을 보며 ‘이건 나보고 나가라는 얘기구나’ 생각했을 것이라는 말들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재가 등 인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앞서 17일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과정과 재가 과정은 ‘통치 행위'로 봐야 한다”며 “청와대 내부의 의견 조율 절차와 재가 과정을 10분 단위로 모두 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