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한국

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상원 의원과 부통령을 지내면서 세 차례나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그는 1998년 11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방한했고, 2001년에는 상원 외교위원장, 2013년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자격으로 각각 방문했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한국을 ‘혈맹(血盟)’ ‘좋은 친구’라고 불렀다. 미 정가에선 외교 안보 분야에 정통한 바이든 당선인이 상대적으로 ‘지한파(知韓派)’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3년 12월 당시 방한해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40대 초반이던 1983~1985년 당시 미국에 망명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DJ와 친분을 쌓으며 미 의회에서 DJ의 조력자 그룹으로 꼽혔다. 그는 최근까지도 ‘존경하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김 전 대통령을 꼽아왔다.

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2001년 8월 11일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사진 속 녹색 넥타이를 칭찬했고, 김 전 대통령이 즉석에서 넥타이를 풀어 선물했다. ②바이든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15년 7월 18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해 주지 계호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③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었던 2013년 12월 7일 손녀 피네건양과 함께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쌍안경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이 2001년 8월 방한 당시 DJ와 넥타이를 바꿔 맨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청와대 오찬 후 “넥타이가 아주 좋아 보인다. 그런 넥타이를 맸으면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하자, DJ가 바로 넥타이를 풀어 선물했다. 넥타이엔 수프 얼룩이 묻어 있었지만, 그는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보관했다고 한다.

2009년 부통령 취임 이후엔 이명박(2010년)·박근혜(2013년, 2015년) 전 대통령을 만났다. 2010년 4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왜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줄 아느냐.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할 때 진심으로 참전 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고마워하는 모습이 진정성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5년 10월 미국을 방문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초청으로 부통령 관저를 방문해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AP

그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위원장까지 지낸 ‘외교통’이다. 그동안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13년 12월 당시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며 중국 견제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연세대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이 도발하거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평화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일본이 관계를 발전시키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방한 마지막 날엔 15세이던 손녀 피네건양과 함께 헬기를 타고 DMZ(비무장지대) 올렛 초소(GP)도 방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자 매우 기뻐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2016년 8월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아베의 요청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나는 (위안부) 합의를 만드는 협상을 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과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이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결국엔 교섭 담당자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부부관계를 복원시키는 ‘이혼 상담사’ 같았다”고 했다. 2017년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자 크게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2008년 7월 31일 조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 의원 제공

바이든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2015년 7월 미국의 ‘세컨드 레이디’로는 처음 방한했다. 그는 당시 “한국 젊은 여성들은 교육은 잘 받았지만 일자리 문제에선 아직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의회에서 36년간 활동한 만큼 국내 정치권 인사들과도 인연이 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2008년 7월 워싱턴에서 바이든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독대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조태용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최근까지도 안부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9월 바이든의 모교인 델라웨어 대학에 ‘바이든 공공정책·행정대’를 만들 때 연설을 부탁받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2001년 8월 바이든과 DMZ를 방문했고, 2010년 6월엔 남아공에서 만났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아내 박정희 작가가 질 바이든 여사와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