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당헌·당규를 고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지 않자, 야권에선 “불리한 상황마다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 대표가 방침을 밝히고 당원 투표까지 이뤄졌는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이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더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 내기로한 민주당에 대해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TV조선


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임명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쟁점이 되는 현안이 다 수사 아니면 감찰 사안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라’고 했다”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이 불가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올 초 울산시장 하명 수사·선거 개입 의혹 사건 때도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했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조선DB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때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고만 한 이후 피해자와 관련한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그간 성(性) 관련 사건 때마다 강력 대응을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 침묵한 것이다. 청와대도 “진상 규명 작업의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윤미향 사태’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총살 사건’도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침묵한 사례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비판한 지 32일 만에야 뒤늦게 “위안부 운동의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를 향한 여권 지지층의 인신공격도 비판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약 한 달간 “윤 의원 문제는 당이 대응하고 있고, 정의연 회계 문제는 소관 부처에서 검토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었다.

2018년 8월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이용수(오른쪽)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잡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군의 우리 공무원 총살 사건’ 관련해선 “대통령 첫 서면 보고(9월 22일)부터 다음 날 오전 대면 보고까지 14시간 동안 문 대통령 일정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일관되게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그간 북한의 대남(對南) 비난 담화와 관련해서도 “입장이 없다”고만 해오다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직후 김여정 담화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외교·안보 원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만 “나보다 국민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당시엔 임명 강행 35일 만에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뒤에야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당시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