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실거래가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 국정감사를 평가하면서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공공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야당은 “(매매·전세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간에 매매가·전세가 통계 수치 괴리가 크다”며 “정부가 ‘국가공인통계’라고 주장하는 감정원 통계가 실거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측은 감정원 수치만을 공식 통계로 앞세워왔다. 이에 문 대통령이 야당 지적을 일부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감사가 여전히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준 부분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택배·플랫폼 노동자 지원 제도화 등과 함께 ‘정확한 실거래가 반영 통계 강화’를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합리적 지적과 대안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고하고 반영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KB는 협력 중개업소에서 실거래가와 호가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산출해왔고, 감정원은 중개업소가 입력한 시세를 토대로 감정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정해 통계로 만들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일선 중개업소의 호가 기준 시세가 가장 높고, KB 시세가 그다음, 감정원 시세가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KB와 감정원의 주간 전세 상승률이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통계 괴리’ 논란이 더 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들도 KB국민은행 시세를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현미 장관은 “KB 통계는 호가 중심이기 때문에 감정원 통계와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감정원 통계가 국가 공식 통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감정원 통계의 보완·수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