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회의장엔 다른 참석자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가운데 문 대통령과 추 법무장관이 회의 시작 직전 동시에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일각에선 ‘대통령의 노골적인 추미애 편들어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참석자 가운데 의전 서열이 가장 높은 추 장관이 회의장 밖에서 대통령을 영접하고 함께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영빈관 2층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엔 박지원 국정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과 함께 추 장관이 참석했다. 작년 2월 1차 회의 이후 1년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회의는 각 기관장이 권력기관별 개혁 방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사위원장, 서영교 행안위원장,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행사 시작 5분 전부터 착석한 가운데 추 장관은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오후 2시 회의 시작 직전 회의장에 입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동반 입장과 관련, “추 장관은 행사장 바깥에서 영접 목적으로 대기하다가 대통령과 만나서 들어온 것”이라며 “내각에선 의전 서열에 따라 영접을 하게 되는데, 의전 서열상 법무부 장관이 높았기 때문에 추 장관이 바깥에서 기다린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앞서 이번 회의를 놓고 ‘추미애 힘 실어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온당치 않다”며 일축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그동안 각 기관의 권한을 조정하고 배분하거나 법과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해 왔다”며 “이제 남은 과제들의 완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조속히 출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합심하고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에도 힘을 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은 당정청의 노력으로 속도가 나고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무리를 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수사의 독립성과 수사역량 제고를 위해 매우 면밀하게 설계돼야 할 조직”이라며 “국민이 경찰 수사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완결성을 높여 출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과 관련해선 “대북·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서 오직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 들어 달라진 국정원 위상을 보면 정보기관의 본분에 충실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고 소속원의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척을 이루고 있다. 이제 입법 사항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입법이 이뤄진 것은 조속히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법과 국정원법, 두 개의 큰 입법 과제가 남았다. 권력기관 간 균형과 견제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면 국민의 명령에 더욱 철저히 복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부터 일선 현장에서 땀흘리는 담당자까지 자기 본분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체계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70년 이상 된 제도를 바꾸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고, 또 관련기관이 방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격언을 상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떼는 첫걸음이 신뢰를 키운다면 우리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힘있게 추진해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