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통과됐다. 국무총리 해임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수 찬성’(150표)이 필요한데, 이를 25표 차이로 넘긴 것이다. 168석 거대 야당 민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며 한 총리 해임을 주도해왔다. ‘국정파탄’의 책임이 국무총리에게 있다는 논리였다.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책임한 내각운영으로 민생,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위기를 불러왔다”며 “균형과 소통 공정과 상식을 잃은 내각은 총체적 망국 내각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잼버리 파행,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묵인, 채상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 등에서도 총리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면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즉시 대통령은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통합형 국무총리를 지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총리 해임건의안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맞불이자, 뜬금없이 시작한 단식의 출구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8일 국무총리해임건의안을 제출했는데, 그날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라며 “맞불 성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가 해임당할만한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국민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치공세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킨다면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뉴시스

이날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건의안일 뿐 구속력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과 해임을 주장해왔다. 이에 여당을 중심으로 ‘습관성 탄핵 증후군’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월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7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고, 이 장관은 167일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박진 외교통상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4월에는 양곡관리법 문제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이종섭 국방부장관을 탄핵하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서 한 총리는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첫 총리가 됐다. 지금까지 1999년 김종필 국무총리, 2001년 이한동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김황식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등 총 9건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발의됐지만, 한 총리를 제외하면 모두 폐기되거나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