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지도부 설화’ 등 당내 악재 극복을 위해 자체 쇄신 작업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크게 늘어 정치권 전반에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는 1일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사건 연루 의혹이 있는 윤관석·이성만 의원 출당에 대해 “어떤 문제도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3일 돈 봉투 사태에 대응하는 ‘쇄신 의총’을 열고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우리 당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와 미래로 가는 길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검찰 수사만 기다릴 게 아니라 당이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박 원내대표가 이날 윤·이 의원 출당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KBS 인터뷰에선 “수사에 철저히 협조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 쇄신 작업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매 맞을 것은 빨리 다 맞고 가야 할 때”라며 “총선이 11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는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역시 이날 첫 회의를 열고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과,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JMS 민주당’ 발언의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공식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징계 개시 결정은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한 자체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당 윤리위는 이르면 8일 2차 회의를 열고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제명 등의 징계 수위를 속전속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돈 봉투 사건 같은 민주당의 악재에도 국민의힘이 반사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해서도 자체 진상 조사라는 선제 조치에 나서며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곤혹스러운 2人 - 국민의힘 김재원(왼쪽), 태영호(오른쪽)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설화 논란을 부른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뉴스1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둔 양당의 보여주기식 쇄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의 방탄 체제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 대표가 책임 있게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며 “본인 문제(사법 리스크)는 본인 문제고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도 이 대표 거취를 묻자 “제가 이 대표 거취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수 의석으로 ‘입법 폭주’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강경 일변도 정책 기조 역시 근본적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달 간호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조만간 방송법·노조법 등의 일방 처리를 또다시 예고해 놓았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정책적 측면에선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도 “한미 정상회담이 경제·안보에 상당한 문제를 가져왔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회담 경과를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역시 당 지도부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을 상대로 구두 경고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 이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이다. 당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 스스로도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꼬인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