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24일 불참했다. 지방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은 재임 기간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을 비롯해 두 번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전국 선거가 없는 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은 선거가 없으면 서해 수호의 날은 패싱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이날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고 울산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벌써부터 4월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이번 회담마저 퍼주기 외교 시즌 2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발언 말미에는 “오늘은 제8회 서해 수호의 날이다.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기념식에는 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이 대표 대리로 참석했다.

이 대표 측은 “행사 참석을 초대받았지만 울산 최고위 일정이 오래전부터 계획이 돼 있어서 불참했다”고 했다. 서해 수호의 날은 2016년부터 정부 기념일로 지정됐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로 정해져 있다. 일정이 갑자기 잡힌 게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처음 맞았던 2018년 기념식을 비롯해 2019년 행사에도 연달아 불참했다. 그러다가 2020년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는데, 4월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있을 때였다. 당시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이 문 전 대통령에게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 달라” “북한 짓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늙은이의 한을 좀 풀어달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 아닙니까. 정부 공식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듬해 기념식에 한번 더 참석한 뒤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임기 마지막 행사에 또다시 불참했다. 당시 대선 승리 이후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보훈처가 당선인을 공식 초청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현직 문 대통령이 불참한 행사에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상황을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조화 역시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