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점거해 이른바‘노란봉투법’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며 건물 밖에 있는 조합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이 애초 노란봉투법 처리에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서자, 민노총은 여당이 아닌 야당 당사를 점거해 압박한 것이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 10여 명이 26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국회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오는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라며 민노총이 민주당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부·여당과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불법 파업 조장법’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이 노조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애초 노란봉투법 처리에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민노총이 여당이 아닌 야당 당사를 점거하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민노총이 법에 반대하는 당이 아닌 찬성하는 당을 점거한 황당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오전 8시 당사에 진입한 민노총 조합원들은 건물 9층에 있는 이재명 당대표실 앞에서 농성하며 대표 면담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노란봉투법에 대해 “합법 파업 보장법이라고 부르자”고 한 바 있다. 민노총은 이 대표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서는 등 노란봉투법 처리에 긍정적이었지만 정작 노란봉투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환노위원장과 환노위 소위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맡고 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환노위 통과는 일사천리로 가능한데도 그러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소송 자체를 제한하는 법 조항에 대해 우리 당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숫자로 밀어붙여 그냥 통과시킬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환노위 소위에서도 노란봉투법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은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세계사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법, 민노총 방탄법”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도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확산시킬 거라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