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참사 발생 하루가 지나면서 사고 원인의 책임 소재를 공개적으로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국가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방문,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으며 사고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많다”며 “예방 조치나 현장 안전 관리, 사고 초동 대처 등에 미흡함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서 국민적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현 정부를 겨냥해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 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의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고 말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처럼 주최 측이 없는 경우 재난안전법도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할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를 정부와 서울시 책임론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시켰을 법도 한데 이것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2016년 촛불 집회 때도 위험 요소도 없었고 서울시가 주관 행사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도 지하철 무정차 조치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참사 현장에서 “그 이전에 했던 것만 반복했더라도 이렇게 안 됐을 텐데, 왜 이번에는 진입 통제나 차도·인도 분리도 없고, 일방통행 관리도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 등 친야 인사들도 정부 책임론에 가세했다. 김씨는 라디오에서 “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건 정치 문제가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2017년인지 2018년인지 연도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분명히 일방통행이었다”며 “분명히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준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언론에서 일부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나와 가지고 주최자가 없고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태원 축제에 대해 진입 통제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청 홍기현 경비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이태원 축제에서 일방으로 인파가 흐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던 것은 코로나로 인해 QR코드가 작용되는 등 방역 게이트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비난하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벌써 유포되기 시작했다”며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정부의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무엇보다도 지금 상태에서는 환자들의 생명을 건지는 것이 최선의 과제”라고 했고, 김종혁 비대위원은 “모든 사태가 수습된 이후에 근본적으로 이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가를 따져보고 또 종합 대책을 마련해서 두 번 다시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