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직무 관련성 논란이 제기된 한국조선해양 주식 1670주, 현대중공업 690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해군에 함정 관련 납품을 하는 방위산업체로 분류되고, 이 대표는 방위사업청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국방위 소속이다. 지난 12일 이 대표가 2억3125만원 상당의 이들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최초 알려진 뒤 국민의힘 등에서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하루 만에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언론인 만난 이재명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언론자유·방송독립을 위한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공보국은 직무 관련성 논란이 제기된 이 대표 소유의 방위산업체 주식과 관련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공보국은 12일 오전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 보유 주식은 국방위 활동과 무관하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대표 선출 직후인) 8월 30일 백지신탁 등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13일 오후 2시쯤 다시 문자로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며 “백지신탁 심사 절차와 무관하게 상임위 활동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오전 비공개 회의 때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4월 말~5월 초 수차례 걸쳐 주식을 나눠 매입했는데 그동안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3000만원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보국이 이 대표 입장을 대신 전하는 이틀 동안, 이 대표는 이번 논란에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방위의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도 불참했다. 이 대표의 공개 일정은 오전 10시 언론단체 간담회가 전부였는데, 이 대표 측은 “비공개 일정이 오후에도 계속 있어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서 “마침 방위사업청 감사여서 이 대표 주식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언론단체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주식 보유가 문제될 게 전혀 없지만 억측을 차단하고 국민의힘이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주식 매입 시점이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결심도 하기 전이고, 국방위는 상대적으로 비선호 상임위여서 지원한 것이며, 더구나 백지신탁 심사 절차도 밟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주식을 매입한 4월 말에서 5월 초는 이미 당내에서 ‘인천 계양을 출마’가 거론되던 때다. 이 대표는 상임위 배정 때 국방위를 1순위로 써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서둘러 주식을 매각한 것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방산 주식을 가졌으면 국방위는 당연히 피했어야 한다” “당선 직후가 아닌 두 달도 더 지나서야 백지신탁 심사를 청구한 것도 미심쩍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해 충돌 방지는 국회의원 윤리의 핵심 사항”이라며 이 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해충돌방지법에 사각지대가 없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또 ‘나만 빼고’였다”며 “국방위에서 주식 작전을 하나”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방탄 대표’의 방산 주식, 이 대표는 국방위를 떠나라”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당 최고위 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군사력 6위로 평가받는데 왜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페이스북에서 “국방의 ㄱ자도 모르는 무식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며 “북한 핵무기 등 비대칭 전력을 뺀 재래식 군사력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고, 합동 군사 훈련은 핵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핵무기 방어 훈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