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야당과 일부 언론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발언 영상에 자막을 입혀 처음 보도한 MBC와 야당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과거 ‘광우병 가짜 뉴스 선동’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25일 “신뢰성이 떨어지는 모 방송사(MBC)가 나쁜 정치적 의도로 ‘이 XX’, ‘바이든’을 집어넣었다”며 “비과학적 자세를 보인 이들은 아직까지 어떤 우를 범했는지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인 출신인 국민의힘 김종혁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건 사고가 아니라 범죄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날 “2008년 광우병 조작 선동이 있었다.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며 “정부에 촉구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MBC의 조작 선동에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또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만든 조작과 선동이 바로 사건의 본질로, 해프닝을 애써 외교 참사로 비화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꿈틀거리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15시간이나 지나서 해명한 대통령실에는 책임을 묻고 싶다”면서도 “MBC가 (대통령 발언을) 호도하고 국가 망신을 시켰다”고 했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가짜 뉴스가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려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 이 같은 역공이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온 국민은 (대통령 발언) 영상을 반복 재생하면서 ‘내 귀가 잘못됐나’ 의심해야 했다”며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혹세무민, 언론 통제”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의(義)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불의’가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자기 트위터엔 “할 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셨던 김대중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고 적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순방 외교에서 거짓 해명하는 것을 보고 ‘불의하다’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거짓말로 윤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가 거세질 것이고 국정조사, (김건희) 특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