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당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비대위의 일차적 임무”라며“통합형 인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가 8일 공식 출범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지 13일 만이다. 이번 비대위는 2000년 이후 국민의힘 역사상 열 번째 비대위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투표 참여 인원 519명(재적 731명) 가운데 찬성 468명, 반대 51명으로 가결했다. 같은 날 전국위는 비대위 설치 안건도 찬성 477명, 반대 42명으로 의결했다.

개문발차(開門發車)한 ‘정진석 비대위’는 탕평 인선을 추구하는 ‘통합형 비대위’를 내세웠다. ‘친윤 비대위’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서 정 위원장은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께 비대위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며 “혁신위와 비대위가 유기적으로 소통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정 위원장은 또 정치권에서 쓰이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거기에는 분열의 의미가 덧씌워져 저는 좀 불편하다”며 “윤핵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준석 대표는 반(反)핵관이냐”고 했다.

하지만 당내 비윤(非尹)계 인사들은 새 비대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노름판도 아니고 반나절 만에 갑자기 비대위원장이 바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윤핵관들이) 후퇴한다고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훨씬 더 강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당초 박주선 전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친윤(親尹) 색채가 짙은 정 위원장이 낙점된 것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정 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 제안을 받은 최 의원도 “그동안 했던 말(비대위 출범 반대)과 안 맞는 것 같고, 혁신위를 이끌면서 비대위원까지 맡을 여력이 없어 고사했다”고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인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쯤 되면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다 박수 치라고 해서 데시벨(dB)을 재야 될 것 같다”며 “찬성하는 사람만 박수 치니까 박수 안 치고 있으면 티가 안 나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법원에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대위도 그렇지만, 국회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는 것도 코미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