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 대표는 현충원 방명록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는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충원 참배 뒤 처음 주재한 당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란다. 협력할 것은 철저하게 먼저 나서서라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러나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방점은 뒤에 찍혀있다.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폭주를 막고 폭정에 맞서겠다” “정치 검찰의 수사는 공정하지 않다.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 “이상민·한동훈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며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폭주를 막는 건 민주당이 감당해야 될 소임”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했는데, 윤석열 정권에서는 이상민, 한동훈, 윤핵관, 김건희, 김핵관이 헌법과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며 “더 진화한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화력을 집중하며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관련 특검법을 제출한 상태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 관련 새로운 의혹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과 경찰이 외면한다면 국회는 특검의 시계를 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 밥값과 관련해 129번 윤석열 정부는 압수 수색을 했다”며 “수십억원 주가 조작한 김건희, 윤 대통령의 부인은 최소 1290번 압수 수색하고 속보로 언론에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명 일색의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첫날부터 “김 여사부터 수사하라”며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라고 한다면, 김건희 사법 리스크나 원희룡 사법 리스크라고 똑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경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고발당한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취임 첫날 곧바로 조여 오는 사정의 칼날에 담긴 정치적 목적이 섬뜩하다”며 “제대로 수사나 하고 송치한 것이냐, 경찰의 정치적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 장관의 경찰국 설치, 한 장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등을 거론하며 “민심과 동떨어진 시행령 쿠데타”라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소추 할 수 있다는 게 법인데 이런 탄핵 요건을 이·한 장관이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면서 “국회가 가진 기본권이 탄핵인데, 이걸 하지 못하면 국회도 무능한 것”이라고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시행령 통제법 추진 등으로 이·한 장관의 초법적 독주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개딸’ 등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당헌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당대회 기간 ‘이재명 러닝메이트’로 불린 박찬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당의 최고 의사 결정 방법으로 하는 당헌 개정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 신설안은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이라는 논란 끝에 지난 24일 당 중앙위에서 부결됐던 사안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재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본다”며 “저번에 부결됐던 내용은 충분한 숙의 과정이 없었는데, 숙의를 해서 서두르지 않되 그래도 신속하게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