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3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장련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3일 만나 수도권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수도권 주민을 위한 일에는 이념이나 진영이 따로 없다”고 했다. 이날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의 중도 성향 대선 주자들이 상견례를 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의 면담은 서울시청에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형식이었다. 오 시장은 집무실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오 시장은 인사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170만명 정도 되시더라”며 “주거나 교통, 폐기물 등을 비롯해서 서울 경기가 함께 시행해야 될 정책이 정말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경기, 인천이 다 함께 3자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취임 직후부터 그런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당선인은 “서울과 경기도를 위하는 일에 여야나 진영이나 이념이 어디 있겠느냐”고 화답했다. 이어 “(오 시장이) 4선이시기에 많이 배우려고 왔다”며 “오 시장의 합리적 행보를 봐도 좋은 파트너로 경기도·서울시가 ‘윈윈’하는 협력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즉석에서 “오세훈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 호프집에서 3자 간에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이날 서울시청 방문한 직후 인천으로 옮겨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도 ‘협력 관계’ 형성을 약속했다.

이번 면담은 김 당선인의 요청에 오 시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 당선인과의 협치(協治)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당적은 달라도 교통 문제를 비롯해 협업할 것들이 참 많다”고 답변했는데, 이 직후인 지난 9일 김 당선인 측이 “당선 축하 인사 겸해서 수도권 교통 문제도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 현안인 서울시·경기도 광역버스·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충과 관련해서 협력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광역버스 노선 신설·증편, 김 당선인은 GTX 노선 연장·신설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오 시장·김 당선인 측에서도 “정치적인 의미는 없는 만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도 지향적인 여야 대선 후보 간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다음 대선은 서울시장·경기지사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인 2027년 치러진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인 오세훈·김동연 두 사람이 나란히 사진을 찍어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난 것 아니겠나”라면서 “오 시장으로선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띄우고, 김 당선인은 ‘이재명의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오 시장이 전임 경기도지사(이재명 민주당 의원)와 각종 사안에서 갈등을 빚었는데, 이제부터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관계 설정이 이루어 질 것 같다”고 했다. 대화가 통하는 ‘김동연 경기도’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비판한 오 시장에게 “철부지 악당의 생떼”라고 했었다. 오 시장도 “대장동 악당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맞받으면서 양측이 강하게 부딪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