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2일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을 열어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과 정책, 그리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대표로서 대선·지방선거를 치르느라 공천 개혁 등 당체질 개선을 미뤄왔는데, 남은 임기 1년 내 이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2.6.12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이날 “지난 1년 동안 저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미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지휘관으로서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 했던 지난 1년과 앞으로의 1년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총선까지 2년 가까이 전국 선거가 없는 만큼, 당대표로서 남은 임기 1년은 ‘이준석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자기 정치’와 관련해 이 대표 측 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당대표 선거 때 내세웠던 공천 개혁을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루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검증해서 공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당원은 27만6000여 명이었지만, 이 대표 취임 이후 책임 당원은 80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 대표 측근은 “개혁적 중도 보수를 바라는 신규 당원들이 많이 합류한 만큼, ‘내려 꽂기식 전략 공천’을 없앨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혁신위원회에서 공천 제도를 다루는 것에 대해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것을 하지 않으면 결국엔 나중에는 그 피해를 결국 당이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고 그것에 따라서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공천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2024년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어차피 공천은 다음 당 대표가 할 텐데 왜 공천 룰을 정하려고 하느냐’ ‘저 자식이 당 공천을 독점하려고 한다’ 등 본인을 향한 비판 발언을 소개하면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발상” “뭐 눈엔 뭐만 보인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친이, 친박이 공천 학살했던 경험에 젖어 있는 4선 의원 이상은 다 그 생각뿐”이라면서 “그 트라우마를 이해하지만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 때 또 죽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공천 개혁에 사활을 건 배경엔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일부 당내 강경파, 보수 유튜버에게 휘둘리면서 당심과 민심이 크게 괴리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맞선다는 이유로 괴물이 되어 버린 그들이, 이제 여당이 되고 나서 또 누군가를 적대시해서 수퍼챗(후원)을 받아내기 위해서 담론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쫓아가서 저희가 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해 정치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에서 “탈당파”란 공격을 받아왔지만, 이 대표는 이런 공격 등에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현안에 대한 자기 입장을 밝히며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