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북 반출·반입 항목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을 신설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에 이어 북한 인권 단체의 대북 라디오 방송 송출을 막기 위한 대북방송금지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통일부가 지난 1월 말 발의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반출·반입 항목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이 신설됐다. 본래 남북교류협력법 제2조에서는 남북 간 반출·반입을 “매매, 교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물품, 용역 거래뿐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도 통일부가 관리하는 반출·반입 대상으로 포함했다. 현행 법은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받지 않고 반출하거나 반입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도 처벌 대상이 된다.

대북 라디오 방송의 주요 전파 전달 방식이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이라는 점에서, 이 법안이 북한 인권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민간 단체의 대북 라디오 송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8월 통일부 당국자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민간 단체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문제 삼으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시킨 것처럼 동일하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은 국방부, 국가정보원의 대북 심리전 방송, KBS의 한민족방송뿐 아니라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방송 등이 있다. 2004년 남북이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방부가 운영하는 대북 방송 ‘자유의소리’가 중단된 적이 있으나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재개했다.

통일부는 이르면 19일부터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개정 법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통일부 장관 승인 대상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을 신설한 것과 관련, “대북 라디오를 막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조항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야당은 “이 법이 외부 정보 유입 등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탈북 인권운동가 출신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최근 북한은 라디오 청취를 하는 주민들을 처벌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는데, 통일부가 북한 입장을 사실상 대변해 대북 라디오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논란으로 국회 청문회가 열렸는데 정부가 대북 라디오까지 막을 경우 국제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북한은 대북 전단만큼이나 대북 라디오 방송에 대해서도 상당히 민감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탈북자들의 희망 통로가 된 라디오 방송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