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이 정부 인사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강섭 법제처장을 비롯한 차관급 인사 9명을 임명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당시는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아 갈등 끝에 퇴임한 직후였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 측은 인사 배경에 대해 “주거 정의가 실현됐다” “청와대 다주택자 제로(0)인 상황이 곧 올 것” “새로운 공직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고 자평했던 이 처장은 실제 ‘아파트’라는 부동산 종류로만 따진다면 1주택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직자 신고 내역을 들여다보면 배우자가 상가, 재건축 분양권, 근린 생활 시설, 전세 임차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5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이다.

이강섭 법제처장 /연합뉴스

이 처장 일가족은 유동성 자산도 다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족의 예금 자산만 45억원이 넘었다. 유가증권도 13억원가량 보유했다. 이들은 상장 주식(1500만원)보다는 주로 비상장 주식(2억원)에 집중하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이 처장과 딸은 2억6700만원 상당의 브라질 국채를 따로 보유하기도 했다. 부동산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이 처장 일가족의 자산은 1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처장 일가족 채무의 상당액은 보유한 상가 임대 보증금이었다. 이들이 소유한 상가 세 군데의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만 5억원이 빚으로 잡힌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 용도로 상가에서 임대 보증금과 월세 등을 받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강섭 법제처장이 강남 상가, 재건축 분양권 등 10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위 사진은 일부가 딸 명의인 강남구의 한 건물. /장련성 기자

그럼에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 처장은 “부동산 투기는 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연결되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한다”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 대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는 김 의원의 요구에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김도읍 의원은 “부동산 투기는 서민들의 꿈을 앗아간다는 이 처장, 그런 이 처장을 1주택자라고 자화자찬한 청와대의 유체 이탈 화법에 말문이 막힌다”면서 “상가 재건축 분양권이나 브라질 국채를 모르고 사는 보통 사람들은 이 같은 정부 인사들의 이중성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강섭 법제처장은 지난해 법제처 차장 시절 자신의 SNS에 반일 불매운동을 권하는 '노노재팬' 사진을 게시했다./SNS캡처

행정고시 출신인 이 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요직으로 평가받는 법령해석국장을 거쳐 지난해 법제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승진한 직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반일(反日) 불매운동을 권하는 ‘노노재팬’ 사진을 내걸었다. 당시 이 처장의 직속상관인 법제처장은 ‘조국 라인’으로 알려진 김형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