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비위 논란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강위원 민주당 당대표 특보(오른쪽). photo 뉴시스

여야가 본격 공천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출마 예비 후보들의 성비위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차별적 발언부터 성추행, 미투, 2차 가해까지 여론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 중 하나인 만큼 이에 대한 양당의 대응법도 총선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이 성비위에 대한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한 공천룰을 발표해 아직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룰을 발표하지 않은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구 성원의 ‘여성 혐오’ 행보로 홍역을 앓았 다. 광주 동남구을 출마를 고려하고 있 는 박은식 비대위원의 “전쟁 지면 ᄀᄀ (강간)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 이 무슨 의미인가” 발언과 비대위 1호 영입 인사이자 인천 서구갑 출마 예정인 박상수 변호사의 ‘신도시 맘들의 기획 이혼소송’ 발언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발언을 겨냥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 위원은 지난 1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 에서 “국민의힘은 왜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조치하지 않습 니까?”라며 강력히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같은날 “거기는 ‘피해호소인’ 이런 말 하는 분들 아니에요?”라며 되받아쳤다. 2020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당시 고민정 최고위원을 포함한 민주당 인사들이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해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던 과거를 소환한 것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안희정, 오거돈, 박완주 등 그동안 민주당에서 벌어졌던 성비위 사건들도 줄줄이 겨냥하는 효과를 낳았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보좌진 강제 추행 혐의, 2022년 박완주 의원의 보좌진 성비위 의혹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던 민주당이 젠더 이슈로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그런 생각(여성혐오)이나 철학이 있거나, 혐오적 발언이 있다 면우리당은 같이 갈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은 성비위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과는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힘, ‘2차 가해’도 100% 공천 부적격

이윽고 발표한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공천룰 또한 민주당의 성비위 대응과는 차별점을 두려는 모양새다. 지난 1월 16 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룰’에서 눈에 띄는건 공천 신청자 부적격 기준에 ‘대한민국 미래를 빼앗는 범죄 신(新)4대 악’ 조항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포함) 2차 가해, 직장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 범죄 경력이 있는 공천 신청자는 추천대상에서 배제돼 ‘부적격’을 받게 된다.

특히 성폭력 2차 가해 부적격 기준의 경우, 음주운전 부적격 기준이 ‘선거 일로부터 10년, 20년 이내’ 등의 조건이 붙는 것과는 달리 ‘전 기간’을 대상으로 삼았다. 국민의힘 공관위 관계자는 법적 처분을 받은 성폭력 2차가해의 경우 “100% 부적격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적처분을 받지않았던 경우라도 “출처가 선명하거나 언론에 언급되는 등 입증할 수 있는 성폭력2차 가해의 경우 공관위 의결을 통해 검토하겠지만 웬만해서는 부적격 판정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당규가 성범죄와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의 ‘벌금형 이상일 경우에만’ 심사 부적 격판정을 했던 것에 비하면 22대 공천 관리위원회가 그 범위를 ‘2차 가해 논란이 있는 자’까지로 넓힌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성비위에 대한 당차원의 대응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 이나온다. 최근 일부 성비위논란 당사자가 후보 검증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지만, 이는 당의 판단이 아니라 어디까 지나 여론의 뭇매를 못 이긴 ‘선택’이었다는 시선이 많다. 지난 1월 15일 광주 서구갑 출마를 준비하던 강위원 당대표 특보가 과거 지인 성추행과 2차가해 논란으로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이튿날인 1월 16일 경기성남중원 출마를 준비하던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또 한 과거 술자리에서 했던 “같이 사냐” 성희롱성 발언을 이유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면 지난 2018년 미투폭로에 연루 됐었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 원장은 이번 검증위 심사를 통과해 서울 강북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원장은 2021년 명예훼손 혐의 등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으나 민사 판결에서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 됐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시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원장은 지난 1월 17일 거듭된 공격에도 “내가 왜 불출마하나”라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성희롱 아직까지 ‘예외’ 가능

논란 당사자의 ‘선택’에 의해 출마 및 공천을 받는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공천 검증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탓이다. 민주당의 경우 특별 당규인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이하 22대 선출규정)에서 성 비위 사실을 부적격 기준으로 정해두고 있으나 예외를 허락한다. ‘△기소유예를 포함한 형사처분, △민사손해배상을 포 함한소속기관내징계 △당윤리심판 원 등으로부터 성희롱, 2차 가해로 제명된자 등 성희롱 및 2차 가해 사실이 있더라도 검증위의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과 최고위원회 의결로 예외를 인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범죄나 2차 가해의 심각도와는 상관없이 검 증위원들과 최고위원들의 다수 의견으로 예비 후보 적격판정을 받으면 공관위에서 공천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이 가해자 측에서 오히려 악용되고 있다는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세종을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출신의 신용우씨는 “안희정 미투 당시 김 지은씨의 편에 서서 증언한 반(反)안희 정계라는 이유로 예비후보 적격심사 신청을 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성추문이나 사법적 으로 문제가 있는 경쟁후보들은 친(親) 안희정이라는 이유로 모두 적격심사 를 통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경쟁후 보들과 달리 현재 선거운동도 진행하지 못한다는 신씨는 최근 검증위로부터 ‘계속 심사자 상태로 공관위 서류 접 수가 가능하나 이는 민주당에만 존재 하는 검증위 결과와는 무관하기에 정부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에만 존재하는 검증위 제도에 대 해 “당적 등 최소한의 기본사항을 파악 하기 위함이지 세부적으로 후보를 파헤 치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성비위 논란이 있었던 민주당 인사들이 당 검증위로부터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고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사례들은 꽤 있다. 박원순 비서실장 출신 이자 친명계인 오성규 예비후보는 박원순 사건 당시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렸었지만, 최근서울 마포갑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안희정의 2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어떻게 사는지 두고 보자” 등2차 가해성 악성 댓글을 작성해 고발 당한바 있는 이은영 예비후보는 의왕 과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한편 민주당 공관위는 지난 1월 12일 첫 회의에서 국민이 공천 규정부터 후보 선정, 경선에까지 참여하는 ‘국민 참여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월 17일 오후 2차 회의에서는 ‘국민참여 공천제’의 세부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성비위 관련 공천룰에 대해 “공관위 차원에서 논의해나갈 예정이지만 구체적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 예외없는 부적격 등 상위 조항을 참고해서 중용을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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