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영화 ‘문재인입니다’에 대해 “정치적 색깔이 반복되는 작품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작 지원 영화로 선정해 1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한 지난 10일 서울의 한 영화관 키오스크에 '문재인입니다' 포스터가 나오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이날 전북 전주시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2021년 11월 ‘문재인입니다’를 제작 지원 영화로 선정했다. 선정 사유는 “정치적 색깔이 반복되는 작품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다” “정치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로 장편영화가 흥미로울 수 있을지 우려가 있지만 사전 기획이 탄탄하고 준비 시간이 많아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된다” 등이었다.

조직위는 그해 하반기 ‘전주시네마프로젝트’라는 명칭의 영화 지원 사업에서 총 30편을 공모로 접수해 심사를 거쳐 ‘문재인입니다’ 등 3편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내부 인사 6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들은 별도의 ‘평가표’ 없이 토론만으로 작품을 선정했다고 한다. 조직위는 “기획의 참신성, 감독의 역량, 제작 가능성, 일정, 예산 등을 두루 살펴 심사위원 간 토론심사를 통해 의견 수합 후 최종 작품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22년 2월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영화인 253명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입니다’ 제작진은 당시 제작 지원을 받기 위해 조직위에 제출한 기획서에서 기획 의도에 대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더불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문재인 대통령에의 헌화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문재인과 한국의 민주적 정통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에의 헌화’ 같은 표현을 썼는데도, 조직위는 이것을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라며 선정 사유로 삼은 것이다.

제작진은 기획서에서 연출자인 이창재 감독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인연을 나열하면서 “감독 특장점”이라고 했다. 기획서에는 이 감독에 대해 “18년간 중앙대 교수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타 연출자가 청와대에서 촬영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등의 잡음을 미연에 방지” “2013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이 감독의 영화 ‘길위에서’를 관람하고 트위터에 글을 남긴 인연. ‘부마항쟁 40 주년 기념식’ 총감독으로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님과 인사한 인연”이라고 기재돼 있다.

‘문재인입니다’에 지급된 제작 지원금 1억원은 전주 시비(市費)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가 해마다 조직위에 지원하는 30억원가량의 예산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했다.

김승수 의원은 “2020년 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1년 뒤 ‘문재인입니다’ 제작진은 영화 촬영을 위해 청와대와 협의한 정황이 있다”며 “퇴임 후 개봉할 문 전 대통령 영화 제작 과정에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지난 1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문 전 대통령을 ‘경청과 인내의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 등으로 미화하면서 재임 중 실정(失政)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