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호기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나는 아침에 깨면 어제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 가슴 떨리는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켜요.”(원자력안전위원회 A 위원)

“3차례 실험만 가지고 이 PAR(수소 제거 장치)를 쓸 수 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감히 얘기할 수 있어요?”(B 위원)

지난 15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조건 사항’에 대해 심의하면서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위해 3차례 실험을 거쳐 PAR가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탈원전 찬성파’ 위원들이 상업 가동 두 달을 앞두고도 ‘안전을 믿을 수 없다’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PAR는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원전 내부의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22일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일부 위원들은 회의에서 ‘원자력연구원 실험에서 수소 농도가 4%일 때 안전 기준치를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8%일 때도 안전한지 결과를 봐야겠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가 “실험을 위해 수소 농도를 8%로 맞추면 PAR가 순식간에 수소를 다 제거해 실험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일부 위원들은 막무가내로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고 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일부 위원들의 주장은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수소를 너무 빨리 제거해버려 그 성능을 측정할 수 없으니 쓸 수 없다’는 억지 논리”라며 “수소 농도가 10% 이내에서는 천천히 제거하건, 한 번에 태우건 격납 건물이 멀쩡하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A 위원은 원자력연구원 보고서에 적힌 ‘AICC’라는 용어의 뜻을 물은 뒤 “그럼 괄호 쳐놓고 한글로 ‘단열 등체적 완전연소’라고 쓰여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나는 이 보고서가 진지하게 쓰여 있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환경단체 출신의 B 위원은 재차 “8% 수소제거율 실험에 대한 결과를 보고, 종합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A 위원은 작년엔 가동 준비를 마친 신한울 1호기에 대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항공기 테러’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운영 허가를 미루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은 1000만 년에 한 번 수준으로 나오는데도 억지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일부 위원들이 막판까지 원전 가동을 지연시키려 한다”며 “이들이 일부 장치의 안전성을 끝까지 문제 삼을 경우 오는 11월 말 예정된 신한울 1호기의 상업 운전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신한울 1호기는 당초 2020년 3월 공정률 99%를 넘기며 사실상 완공된 상태였다. 그러나 원안위는 허가 논의를 미루다 지난해 7월 운영 허가를 ‘조건부’로 승인했고, 현재 시험 운전 중이다. 김영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탈원전을 폐기했지만, 아직도 원안위 일부 위원들이 과학이 아니라 이념을 앞세운 탈원전 망상에 빠져 있다”며 “최근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료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의 상업 가동이 연기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