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4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보수정당이 처한 상황을 두고 “앞으로 어려운 선거를 계속 치러야 할지 모른다”며 이런 분석을 내놨다.

“볼링에서 스플릿 상황, 즉 왼쪽 오른쪽에 핀 하나씩만 있으면 스페어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선 애국보수(전통적 보수층)와 젊은 보수층이 ‘애국진보’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했지만, 두 집단은 사실 많이 다르다. 지역구 당원 모임에서 대학생과 6070세대가 만나서 얘기하면 서로를 외계인처럼 생각한다. 이걸 풀어나가는 게 앞으로 정당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이후 당대표에 출마하며 공 하나로는 스플릿을 처리할 수 없다며, 이 지점에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대선 기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세대결합론’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이 쓰러뜨리기 어려운 한쪽 핀(청년층)을 자신이 주도해 공략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 그리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의 처지가 됐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 가처분 신청이라는 사법적 대응까지 선택했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지난 대선 기간 ‘울산 회동’이나 ‘의원총회 포옹’ 같은 극적 화해가 또 한 번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대표가 언급했던 ‘스플릿’의 한 축, 즉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이대남을 처리해야 하는 공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지난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20대 남성에게 58.7%의 득표율을 얻었는데, 이는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성별·연령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 3월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성조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30이 국민의힘 들어오고 싶겠나”

다만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는 모든 세대에서 골고루 하락해 ‘세대 결합’을 말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노년층의 지지율조차 30%대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8월 1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24%였는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18~29세에선 26%, 30대에선 13%에 불과했다. 60대에선 35%, 70대 이상은 42%였다. 반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된 한국갤럽의 5월 2주 차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는 18~29세는 45%, 30대는 54%의 지지율을 보였다. 60대는 66%, 70대 이상은 73%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메시지 노출 이후 20%대까지 추락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20%대의 지지율을 두고 적잖은 당황스러움이 느껴진다. 지난 7월 중순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향후 지지율 추이에 대해 “35%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여론은 예상보다 훨씬 차가웠다.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쳐내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여론의 반감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층 중 ‘당대표 이준석’이 갖는 상징성을 중요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기 전 중징계부터 나온 배경에 의문을 갖던 이들이 이 대표 징계를 윤 대통령의 의중(텔레그램 메시지)과 연결지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를 곱게 보지 않는 사람은 당내에도 많지만, 당대표가 ‘욕먹는 일’을 맡는 것도 윤 대통령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당대표에게 비난이 집중되면 대통령은 오히려 움직일 공간이 넓어진다.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한쪽에선 일하기 수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금 이 대표를 저렇게 내치는 모양새가 되면 다시 ‘꼰대당’으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이준석 한 명의 안위가 중요하다기보다 앞으로 20~30대 젊은 인재들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려고 하겠나. 그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9년, 2030세대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당이다. 자유한국당의 비호감도가 북한 김정은과 똑같은 수치로 나타난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였다. 이게 불과 3년 전이다. 이때 보수정당을 ‘꼰대당’이라고 경멸했던 2030 중 상당수가 민주당 정권 5년에 실망하고 정권교체를 열망했다. 이 열망이 윤 대통령 지지로 옮겨간 것이다. 다만 청년층의 지지는 윤 대통령(인물)-국민의힘(정당)-보수(이념)로 이어지는 화학적 결합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을 선택한 것이었기에, 2030세대의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세는 헐거울 수밖에 없었다.

박민영 영입으로 젊은층 달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정치인 경험이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딸’ 같은 팬덤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팬덤은 자체적으로 세를 불리며 지지하는 정치인을 돕지만, 현재 윤 대통령에겐 그런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사태 이전까지 지지했던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 같은 세력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은 윤 대통령의 고심을 더 깊게 할 대목이다. 이 양측의 엇갈린 여론을 결합해 세를 모으는 일 역시 윤 대통령의 몫으로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현재는 원래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들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 중도층 공략은 그다음이 되어야 순서가 맞는다”면서 “비호감 대선이었던 탓도 있지만, 취임 3개월여 만에 특별한 사건도 없이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는 건 지지층의 신임도 잃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일컬어진 ‘이대남’과 노년층의 민심부터 달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탈하는 청년층 여론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이준석 키즈’로 불리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을 대통령실로 영입했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던 20대 대변인을 영입해 청년층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월 10일 “2030의 마음을 이해하고, MZ세대가 당면한 이슈를 더 잘 이해하고 반영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사람을 찾다가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 영입으로 실망한 청년층 민심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은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 같다. 지지층을 만들고 불리는 정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지층과 지지율이 곧 국정 동력이라는 걸 최근 들어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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