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공짜 의식의 만연, 건전한 노동의 소중함 망각, 공동체 의식의 소멸(消滅)이 심각해졌다. 이로인해 우리나라 기업 환경은 최악(最惡)이 됐고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정책의 대전환과 함께 제2의 국민의식(國民意識) 개조(改造) 운동을 벌여야 한다.”

바른사회운동연합(상임대표 신영무 변호사) 주최로 2022년 4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의 나아갈 길’ 심포지엄에서 기조(基調)발표를 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현재 윤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조선일보DB

그는 ‘새 정부의 시대적 임무, 자유민주 체제와 경제 창달(暢達)’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문에서 “소득 수준이나 노동 의욕 유무(有無)에 무관한 기본 소득 지급과 최저임금, 주52시간 정책에 따른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이를 위해 더 큰 틀에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할 수 있다(The spirit we can do)’는 국민 정신의 혁신이 절실하다”며 “정치인들의 소명(召命)으로서의 정치, 중선거구제 도입 및 교육감 선거 개편 검토와 경제 성장과 분배의 조화, 시장 존중과 재정 건전성 회복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4대 분야 개혁 위한 특위 구성해야

그는 “여야(與野) 합의로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금(年金)과 노동, 교육, 의료 등 4대 분야 개혁을 본격화 해야 한다”며 “복지국가에 걸맞게 조세 부담률을 상향 조정하고, 탈(脫)원전을 백지화(白紙化)하고, 국가에너지 종합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과별 주제 발표에서 박찬욱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는 “윤석열 정부는 한국 민주주의의 품격(品格)을 높이는 국민 속의 정부가 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새 여당은 2023년초부터 국회의원 선거제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냈다./조선일보DB

그는 “소규모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재검토하고 위성 정당 창설은 금지하고, 많은 정당의 난립(亂立)으로 정치 안정을 해치는 극단 다당제 출현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지론(持論)인 ‘한국 경제 5년 1% 하락의 법칙’을 꺼냈다. 이 법칙의 골자는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동안 5년 단위 정권 때마다 우리나라의 ‘장기(長期) 성장률’이 1%포인트씩 또박또박 규칙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것이다.

◇“30년간 5년 마다 한국 성장률 1% 포인트 하락”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2%대, 문재인 정부 1%대로 추락한데 이어 차기 정부에서 장기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逆)성장이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수 있으며, 가계 부채발(發) 금융 위기와 실물(實物) 위기가 복합된 복합 위기 가능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창조형 인적자본을 위해 학교 수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준호 기자

그는 “따라서 새 정부의 제1과제는 ‘5년 1% 하락의 법칙’을 깨고 ‘제로 성장’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창조형 교육제도,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 보호 제도 같은 창조형 인적 자본과 아이디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로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복원(復元)을 한국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미·중(美中) 갈등 시대에 전략적 모호성은 유효 기간을 상실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열린 다자주의, 자유 무역·인권·법치 등을 기준으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원칙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그는 보스턴칼리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조선일보 DB

◇“한국의 正體性에 걸맞는 外交를”

그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세계 총생산(GDP) 점유율이 현재 50% 미만이며 앞으로 10년 안에 3분의 1로 추락할 수 있다”며 “한국의 정체성에 맞는 외교를 추진하는 한편, ‘비용 지불’도 할 수 있다는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널 토론자로 나온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세계 최저 출산률로 미래의 국가 존립 자체가 위험한데 정부 대처는 너무 안이한다”며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사령탑)를 보건복지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바꾸고 양육, 교육지원 강화, 개방적 이민 정책 같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입식 교육제도를 창의성 개발 위주로 혁신하는 한편,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득권 노조 보호를 지양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柔軟性)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 “문재인 외교 5년을 정상화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두르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외교에서는 시의성이 중요한 만큼, 늦거나 빠르지 않는 타이밍을 선택해야 하며 그러려면 정보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서울대 법대 졸업후 외무고시로 외교가에 이분해 외교통상부 1,2 차관과 일본, 이스라엘 주재대사 등을 지냈다./조선일보DB

그는 특히 “여론 추종이 아닌 여론을 선도하는 창의적(創意的) 외교를 도모해야 한다”며 “외교적 선택에 따른 불가피한 비용을 감내할 국내 여론을 설득하고, 경제 보다는 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치밀하게 국민 외교로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9년째...’국정 아젠다 22′

바른사회운동연합(CCSJ·Citizens Coalition for Social Justice)는 2014년 출범한 민간 시민단체로 입법 감시, 반(反)부패, 법치주의 확립, 교육 개혁 운동 등을 주로 벌여왔다.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 협회 회장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종민 변호사 등 3명이 공동 대표로 있다. 회원 가운데는 법조계, 학계, 관계 출신 인사들이 많다.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前 대한변협 회장

바른사회운동연합(CCSJ)은 2022년 2월 20일 차기 정부의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분야별 정책 제언을 담은 ‘국정 아젠다(Agenda·과제) 22′를 마련해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22가지 국정(國政) 과제에는 ▲청와대·행정부·입법부 세종 이전 ▲전술핵 확보 및 확고한 국방태세 ▲일본·중국 외교 정상화 ▲'K 실리콘벨리’ 조성 ▲공영방송 민영화 ▲대통령의 법치와 국민통합 선언 등이 포함됐다.

CCSJ는 “22가지 과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부라도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와 미래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