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전·월세 시장 왜곡 원인으로 지목돼온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한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이행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는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과반(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진통이 불가피하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임대차 3법 폐지부터 적용 대상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 3법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임대차 3법 폐지·축소는) 시장 상황과 입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7월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이다. 세입자가 원할 경우 2년짜리 전·월세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최대 4년을 보장하는 내용(계약갱신청구권제)을 담고 있다. 임대료도 최대 5%까지(전·월세 상한제)만 올릴 수 있다. 또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전·월세 신고제)하도록 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로 전·월세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민주당은 ‘세입자 보호’ 등의 명분을 내걸고 강행 처리했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시장에 적용된 이후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셋값이 폭등하는 ‘전세 대란’이 빚어졌다. 특히 2016~2019년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주택 전셋값은 임대차법이 시행된 최근 2년간 23.8% 폭등했다. 또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서울의 월세 비중이 최근 2년 13.7%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비정상’을 되돌리기 위해 새 정부에선 임대차 3법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대선 TV토론에서 “내 집이든 전셋집이든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당장 임대차 3법을 폐지하거나 적용 대상을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 구도로 인해 윤석열 정부·국민의힘이 큰 폭의 법 개정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또한 전면적인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인수위의 설익은 계획 발표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법 개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선 협상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므로 임대차 3법 폐지까지는 안 되지만, 우리 노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며 “실용적인 측면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완책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도 당장 임대차 3법을 폐지하기보다는 제도 보완에 집중할 방침이다. 인수위 내부에선 전·월세 시장의 빠른 안정을 위해서 집주인 세제 혜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에게 별도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과거 언론 기고문에서 “월세를 전세로 돌린다면 전세난이 완화될 수 있고, 매매가도 진정될 수 있다”며 “이는 임대인에게 세제·금융 등의 규제 완화만 해줘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었다. 윤 당선인이 대선 때 “임대 기간은 종전 2년으로 돌리되 전세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들(집주인)에게는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임대차 3법의 전면 폐지보다는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을 유지하면서도 ‘2+2년’ 임대차 의무 기간을 조정하거나, 상한율 5%는 일부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월세 신고제는 순기능이 있으므로 폐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임대차 3법 보완도 민주당이 과반인 국회 문턱을 넘어야 가능하다. 대선 캠페인 당시 민주당은 과도한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임대차 3법 개정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 “제도 정착을 보고 그래도 진짜 문제가 있으면 바꾸는 걸 그때 가서 고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법을 개정할 경우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민주당이 무조건 몽니 부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임대차 3법 폐지·축소까지는 어렵겠지만 보완하는 수준에서는 민주당이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정치공학보다는 결국 민심의 방향이 이 문제를 푸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전·월세 폭등으로 민생을 어렵게 만든 점을 감안하면 임대차 3법 강행 통과에 대한 사과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