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친문(親文) 핵심 전재수 의원이 6일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당헌에 규정된 9월보다 뒤로 미루자는 취지다. 민주당에선 현재 여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로 독주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말이 나왔다. 친문 진영에서 경선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친문 진영이 이 지사 측에 선전포고한 셈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중단 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 전략 측면에서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특정 캠프(이재명)의 입장을 제외하면 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면서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은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확정하게 되어 있다. 늦어도 오는 9월 9일 이전까지는 대선 후보를 정해야 한다. 이는 11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의힘보다 두 달 정도 빠른 일정이다. 전 의원은 이 점을 들어 “우리가 대선 후보를 먼저 만들어놓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적절한 대선 후보 확정 시점을 ‘국민 3000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오는 11월로 내다보고 있다.

친문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도 대선 경선 연기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총리 측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안철수 야권 단일화 국면에 밀렸던 선례를 반복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정 전 총리 측근은 “야권보다 먼저 대선 후보 뽑아놓고 몇 달이나 허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논의에 직접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를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연합뉴스

이 지사 측은 반발했다. 이 지사 측근은 “이재명이 싫어서 친문 후보 양육(養育)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다른 후보들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이 지사에게 미치지 않는 상황인데, 국민 눈에 이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경선 연기론의 목적이 ‘이재명 견제’라는 것이다.

송영길 대표 측은 “당 차원의 논쟁으로 키울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경선 일정을 미룬다면 후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서 경선 연기론이 촉발된 이날 이 지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도 동행했다. 이 지사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가겠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의 유지(遺旨)를 잇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도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거리가 멀어진 양 전 원장이 이 지사를 통해 ‘정권 재창출’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지사는 봉하마을 방문 배경에 대해 “매년 (권양숙) 여사님께 인사드리는데 올해도 때가 되어서 왔다”고 했다. 경선 연기론에 대해서는 “그런 게 나왔나요?”라면서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