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취소 또는 입양아 교체”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를 고르는 게 아니다”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등이 있다./연합뉴스

아내와의 사이에서 딸 둘을 낳은 최 원장은 판사 시절이던 2000년과 2006년 작은 아들과 큰 아들을 차례로 입양했다. 입양 당시 갓난아기와 11살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최 원장은 2011년 법률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입양과 관련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 원장은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을 해서는 안된다.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이라는 웅덩이에 풍덩 빠져서 자라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고아원같은 시설이나 위탁 부모에 의해 육아되는 것보다는 완전한 가정의 소속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입양이 권장돼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8월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발언은 최 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지명된 2017년 잠깐 재조명됐다가 18일 문 대통령이 입양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18일 밤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페에는 ‘두 아이를 입양해 20년간 기른 최재형 감사원장’이라는 제목으로 “입양은 아이에게 가정을 선물하는 가장 고귀한 행위지만 나는 도저히 입양할 자신이 없는데 그런 선택을 한 최 원장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는 글도 올라왔다.

앞서 18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 대책을 묻는 질문에 “입양을 취소하거나 마음이 안 맞으면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야당과 입양 부모들로부터 “아이가 물건이냐” “정인이 사태의 본질이 뭔지 아직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과거 최 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아이를 가슴으로 낳는 것이 입양”이라며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민망한 얘기를 꺼낸 건 국제적 망신”이라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