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를 내놓는 방안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 등 각계에서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황당 무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이)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뼈아픈 패착이었다”며 대안으로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놓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야당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호텔을 전세 주택으로 만든다는 이낙연 대표, 황당무계 그 자체”라며 “국민이 원하는 건 맘 편히 아이들을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 공간이지 환기도 안되는 단칸 호텔 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관광지역 호텔을 아파트로 개조하거나 레지던스 호텔로 바꾸는 행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기가 막힌다”며 “이래서 이 정권은 안되는 거다”라고 했다. 그는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걸 대책으로 내놓다니, 기가 막힌다”며 “어느 국민이 그걸 해결책이라고 보겠나”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임대차 3법 원상복구, 23회의 부동산 대책 재검토 등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전·월세 대책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말을 콧등으로도 듣지 않고 뇌피셜 정책을 무한 반복하다가 무능한 정치인들은 아무렇게나 싸지른다”며 “인기 없는 호텔과 공장은 당연히 인기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잘못했다 실책을 인정하고 거래를 늘리고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답은 없다”며 “3년반 동안 놀고 있다가 이제서 호텔을 개조해 전세 공급 늘리겠다는 걸 들고 나오기까지의 그 무능함과 오만을 시장이 국민이 잊을 것 같냐”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개조해 공급한 적이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기존 호텔에서 쓰던 가구와 침구가 그대로 있었고 32~38만원의 월 임대료 외에 추가로 가구 대여비와 카페트 청소비 등 최대 30만원의 ‘옵션비’를 요구하면서 실거주 비용이 매월 7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한상 교수는 “인근 호텔을 이용해 기숙사 전환하려는 구상을 옆에서 지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컨버전(conversion·전환) 비용이 상상 이상이라 학생들이 감당할만한 임대료를 뽑아낼 수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