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동양대 진중권 전 교수 간 ‘예형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소설 ‘삼국지연의’ 등장 인물인 예형(禰衡·173~198)은 중국 후한(後漢)의 실존 인물이다. 조조, 유표, 황조 등 당대 권력자들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후한서 예형열전’ ‘정사 삼국지’ ‘세설신어’ 등에 행적이 기록돼 있다.
‘삼국지연의’에선 이러한 예형의 독설이 더욱 극적으로 묘사됐다. 그는 당시 후한 승상으로 최고 권력자였던 조조 앞에서 알몸으로 북을 치며 “승상 운운하면서 황제를 속이는 너보다는 내가 낫다”고 말했다. 분개한 조조가 “닥치라”고 하자 예형은 조조에게 “너는 한나라에 반역을 일으킬 생각을 품었으니 마음이 잘못됐다”고 했다.
예형은 또 조조 진영의 책사와 장수들을 ‘문상객’(순욱) ‘묘지기’(순유) ‘유행가 작사가’(곽가) ‘마부’(허저) ‘개백정'(서황)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분노한 조조의 수하들이 자신을 향해 ‘쥐 같은 놈’이라며 죽이려 하자 예형은 “나는 그래도 쥐 같지만, 너희들은 모두 똥통 속에서 꾸물거리는 구더기”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예형이 조조, 유표를 거쳐 결국 황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에 빗대 “(진 전 교수는)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 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약하게 해석하면 ‘그냥 진중권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얘기일 테고, 강하게 해석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일지도,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예형에 대해선 자기 재주만 믿고 함부로 나서다가 죽음을 자초한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대 권력자들을 비판한 지조 높은 선비라는 평가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