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나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신혼여행을 미루고 귀성길을 포기한 20·30 세대의 분노가 크다.

지난 3일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미국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는 모습. /KBS 캡처

이날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개·돼지들아 너네들은 여행 안가야 우리 남편이 즐길 수 있어” “해외 여행 가지 말라면서 외교부 장관 남편이 요트 구입을 하러 미국을 가나” “내 동생은 유학 계획이 다 망가져 돌아왔다”며 강 장관 부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신혼 부부와 결혼 준비를 앞둔 20~30대가 주로 찾는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강경화 남편 보니까 여행 못 갈 것도 없는 것 같다” “지난 휴가동안 바보 같이 집콕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돈 많고 힘이 있으니 남들 다 찔리는 코로나 시국에도 요트도 사고 욜로(YOLO·인생은 한번 뿐)도 가능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 5월 결혼한 직장인 김모(30)씨는 “직장 생활 중 2주 자가 격리를 감당할 수 없어 신혼여행을 포기했는데 ‘내가 즐기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며 대놓고 외유하는 공직자의 배우자라는 사람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김씨는 “솔선수범해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들은 특별한 존재인 양 하나 둘씩 빠져나가니 허탈한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진영 변호사(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는 페이스북에서 “남편이 미국에 놀러갔다 코로나라도 걸리면 장관과 외교부 공무원들이 직접적인 위험에 빠진다”며 “힘들다고 요트 사러 가는 외교부 장관댁 분들, 진짜 힘들게 사는 가재·붕어·개구리 생각을 하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 나들목 인근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양방향이 원활한 소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해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K-방역’ 홍보에 앞장섰던 강 장관은 그동안 “사생활이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며 방역 조치를 정당화했다. 또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시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일부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자유롭게 여행하며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코로남불(코로나+내로남불)”이라는 조롱과 조소가 쏟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에서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말을 이번 정권처럼 실감나게 보여준 적이 우리 역사상 있었냐"며 “위기 상황에서 초엘리트님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특권 과시적 행동을 하니 이나라 지도층이란 사람들은 인민을 뭐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강 장관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듯 5일 언론에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강 장관은 이날 평소와 달리 2층 로비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외교부 청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주한 쿠웨이트대사관 방문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나 “계속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며 “이 교수(남편)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와 대화 여부에 대해선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