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군이 실종된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상황을 대면(對面) 보고받은 지 약 33시간이 지난 24일 오후 5시 10여분이 돼서야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23일) 오전 8시 30분 실종된 우리 국민의 사살 관련 상황 보고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군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군장성들로 부터 경례를 받고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안보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군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에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6시30분 이 사건에 대해 첫 서면(書面)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는 22일 밤 10시 30분에 총격 및 시신 훼손 보고를 받고 23일 새벽 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첩보에 대한 분석은 밤새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에게 삼정검(三精劍)에 수치(綬幟)를 달아준 뒤 배우자 조재은 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수치는 끈으로 된 깃발로 장성의 보직과 이름, 임명 날짜, 수여 당시 대통령 이름이 수놓아져 있다./뉴시스

문 대통령의 첫 대면 보고는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30분 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서훈 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니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모두 북한의 총살 및 시신 훼손에 대한 정보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군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삼정검(三精劍)에 수치(綬幟)를 달아주고 경례를 받고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이 아니다”라며 군에게 ‘안전판’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북한 도발과 군의 단호한 대응을 지시하는 긴장감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 왼쪽부터 원인철 합참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문 대통령./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두번째 대면 보고를 받은 시점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9시다. 앞서 오전 8시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됐고, 국방부로부터 이번 실종사고 관련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후였다. 문 대통령은 24일에도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을 마친 후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신고자들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