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에 나가 “‘조국의 강’을 건너 보려 하는데 강폭이 넓어 못 건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2019년 터진 조국의 강을 우리 사회가 건너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는 최근에야 조민씨에 대해 입학 취소 처분을 내렸고,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재판은 여태껏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씨 측이 고려대와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입학 취소 처분 무효청구소송은 이제 막 시작이다.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은 더 이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들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연합뉴스

국민들 마음속에 남은 조국의 강은 사법 절차보다도 강폭이 넓다. 2019년 ‘조국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에 모였던 사람들은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단순한 정의가 이토록 더디게 실현됐음에 경악한다. 정권 눈치를 보느라 이제야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린 대학들의 행태를 보면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어떤 해괴한 일이 벌어졌을지 몸서리쳐진다고도 한다. 반면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를 외쳤던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의 가혹한 탄압으로 희생된 조민이 불쌍하다”며 울분을 토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의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조국의 강을 이토록 넓고 깊게 만든 장본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본인이다. 조민씨의 제1 저자 의학 논문이 공개됐을 때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장관직을 포기했다면, 조국의 강은 아마도 실개천 수준에서 끝났을 것이다. 신평 변호사 말처럼 조 전 장관은 21대 총선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고, 조씨는 의사 자격증을 갖고 환자를 진료하는 평행 우주가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조국의 강을 더 키운 건 조국 일가를 무지성으로 옹호한 김어준, 유시민, 추미애, 김남국, 김용민, 최민희, 최강욱 같은 사람들이다. 조국 일가를 순교자로 만드는 데 앞장선 덕분에 이들은 영향력과 지위를 얻었지만, 조국 일가는 퇴로를 끊긴 채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여러 법조인은 “조국 일가가 뒤늦게라도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면 재판부가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을 감안해 정경심 교수에게 4년 중형까지 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검찰 개혁’의 상징이 된 조국 일가에게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밖에는 남은 길이 없었다.

조국의 강도 다 건너지 못했는데, 벌써 강 하나가 또 아른거린다. ‘이재명의 강’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백현동 용도 변경,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 카드 유용, 혜경궁 김씨 사건 등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건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당당하게 결백함을 주장했던 이 전 지사와 민주당이 이 강을 건너지 않으려고 버틴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불체포 특권을 얻으려 한다거나, 민주당이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가 이재명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등의 소문이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경찰이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수사에 착수하자 “노골적 정치 보복이 의심된다”고 했다.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하면 얼마나 더 심한 비난을 퍼부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버틴다고 한들 이 강은 건너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강을 무사히 건너야 다음번 대권에 도전할 길이 열림을 이 전 지사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이재명의 강이 부디 조국의 강만큼 깊고 넓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