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잘 작동했다. 대부분 국경 밖에서 요격해냈고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목표물도 민간인 밀집 지역이 아닌 군사 시설이었다. 하지만 반격을 다짐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확전 여부가 갈릴 것이다. 이전에도 레바논 헤즈볼라나, 가자지구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빈번했지만 이란 본토로부터의 공격은 처음이다. 상징성이 크다.

그래픽=송윤혜

이란의 이번 공습은 2주 전 이스라엘의 주(駐)시리아 이란 대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이었다. 대사관은 타국 땅인 주재국에 위치하지만 본국의 영토로 인정된다. 본토가 적국에게 폭격당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자 사태가 국가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까 염려하던 차에 불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정밀했다. 이란 대사관 본관 오른편에 연결된 영사부 건물만 정확히 파괴했다.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 중 7명은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이었다. 이스라엘은 외교관 아닌 군인들이 왜 그곳에 있었겠느냐며 혁명수비대의 해외 위장 거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란은 부인하며 보복 대응을 다짐했었다. 그리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 일단 양국은 한 차례의 주고받기를 끝낸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까? 전면전으로의 확전 여부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쟁에 준하는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계산과 의지 때문이다.

정치적인 손익 관계만 따져본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이란의 공습으로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최근까지 네타냐후는 국민의 퇴진 시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 비판은 매서웠다. 특히 연립정부 내 극우 각료들이 주도한 사법 제도 개편으로 국정 운영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정보 및 안보망에 구멍이 뚫리며 기습을 당하지 않았던가? 가자 사태 이후 네타냐후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과거 부패 스캔들로 인한 사법 처리 가능성에도 직면해 있었다. 생존이 걸리면 모든 문제는 부차적일 뿐이다.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 즉 네타냐후 생존 카드는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 이란과의 갈등 격화다. 이란을 링 위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이스라엘 국민은 총리 중심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폭격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불러왔고, 결국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구성되었다. 이번 이란의 공습도 큰 피해 없이 잘 막아낸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네타냐후는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었다. 안보 상황이 악화될수록 현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유리하다.

반면 이란은 고민에 빠졌다. 자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보복에 나섰다. 다만 전쟁을 불사하며 이란을 끌어들여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네타냐후의 속내를 알기에 께름칙하다. 내심 즐겨왔던 이란 우위의 최근 지정학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6개월 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의 몸값이 크게 올랐던 터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의 이맘 후세인 여단 등 중동 각처의 무장 집단을 키우고 도와왔던 이란만이 이들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 상태가 지속될수록 이란에 유리했다. 사람들이 달려와 사고 치는 부하들 좀 어떻게 해달라며 본진 조폭 두목에게 부탁하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정작 사고뭉치 부하들을 키운 장본인이 해결사처럼 거들먹거리는 장면은 볼썽사납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은 가자지구 휴전과 관련, 이란과 이면 대화를 추진하며 하마스를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이란은 중재자가 아닌 분쟁 당사자가 되었다. 그동안 누려왔던 거중 조정자로서의 지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어떻게 해서든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공습 직후 주유엔 이란대표부에서 발신한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시리아 주재 자국 대사관 피습과 관련된 보복은 이것으로 종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확전을 우려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이렇듯 분쟁 당사국인 양국의 셈법이 복잡하게 갈리지만 국제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인근 걸프 왕정 국가들에 반이란 정서를 한층 더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이란의 미사일, 드론 공격을 목도한 이 왕정국가들은 역내 안보 위협을 새삼 느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스라엘과의 반이란 진영 협력 기조를 더 가속화하려 할 것이다. 가자 사태로 일단 뒤로 물러났던 사우디의 이스라엘과의 수교 교섭에도 새로운 동기가 될 수 있다.

당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외교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중재력이 어떻게 작동할지가 관건이다. 이스라엘의 견고한 우방임을 천명하면서도 네타냐후를 설득·압박해 확전을 막아내는 전략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선명한 반이란 메시지를 내세우며 네타냐후의 입장을 두둔할 것이다. 우방 이스라엘이 공격당하는 사태를 막지 못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일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욱 불길한 징후가 있다. 바로 폭력과 갈등을 산소처럼 여기는 이들이 반색하며 이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다.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집단은 신이 나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S나 알카에다 유의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은 이 상황을 기회로 여기며 호전성을 더욱 드러낼 기회를 얻었다. 5차 중동전쟁이 50년 만에 다시 시작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을 기다리는 이들은 분명히 곳곳에 흩어져 있다.